시카고 2막] 꼭 보러가세요! 표를 구할 수 있다면요!

ep04. 시카고 리뷰 2막

by 리수
* 관객 여러분들께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본 리뷰는 1막과 2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막은 공연을 안보신분들도 스포일러 없이 읽으실 수 있도록 최대한 공개된 정보들을 다루는 형태로 작성되었으나,
2막은 경우에 따라 작품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 유의하고 관람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공연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시카고의 2회차 리뷰입니다.


지난 리뷰 1막에서는 작품에서 중요하고, 매력적인 씬들을 소개드렸습니다.


사실 이 리뷰를 쓰기까지 고민이 좀 많았어요.

추천드린 넘버들을 여러번 듣고가면

더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큰 준비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해도 괜찮을만한 작품이거든요.


그렇지만 혹시나 작품에 관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들이 궁금한 저같은 분들이 계실까 싶어 리뷰 2막을 준비해보았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시대적배경, 작품의 모티브가 된 사건등 작품에 관한 정보들과 더불어 작품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보았습니다.


주의하실만한 사항으로

이번 리뷰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 유의하여

관람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리뷰 2막 시작하겠습니다.





< 작품의 시대적 배경 >



뮤지컬 <시카고>와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 중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의 미국 시카고입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경제적으로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산업들이 발달하고, 최초로 고층빌딩들이 들어서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금주법이 시행되어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처럼 밀주를 통해 음지에서 부를 쌓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또한, 드디어 여성들의 참정권 특히 투표권이 인정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성 투표권이 인정되었다고해서 여성이 남성과 같은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고 볼 수 는 없습니다.


외국인남성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시민권을 박탈당한 '에델 맥켄지' 사건이

1907년에 있었던것을 생각해보면 그 시대 미국에서

여성의 지위라는것이 얼마나 사상누각과 같은것인지를 알 수 있을겁니다.

( 맥켄지는 이를 바로잡기위해 연방대법원에 위헌소송을 냈으나, 패소했습니다.)



< 작품의 모티브가 된 사건 >


왼쪽 - 뷸라 아난 / 오른쪽 - 벨바 가트너

'시카고'의 록시와 벨마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뷸라 아난벨바 가트너입니다


1924년 뷸라 아난은 남자친구인

'해리 칼스텟'을 총으로 쏴서 살해합니다.

첫 진술에서 그녀는 우발적 범죄였다고 주장했으나 후에는 자신이 아이를 임신했고,

이 때문에 다툼이 생겨 그를 쏘게 되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정당방위였다고 말이죠.


같은해, '월터 로' 는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벨바 가트너

자동차 데이트를 즐긴 후 며칠 뒤 차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리고 벨바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합니다.


뷸라와 벨바, 둘은 모두 살해 용의자로 기소되었고,

그녀들이 법원에 출두할때마다 신문에는 연일 그녀들의 아름다운 외모와 패션이 대서특필 됩니다.

그리고 전부 남성으로 이루어진 배심원단이 그녀들에게 무죄를 선사해줌으로써 이 모든 사건은 종결됩니다.


이 시기에는 이러한 사건들이 꽤나 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카고'의 각본가인 왓킨스는 해당 사건들에 대해 기사를 쓴 기자출신이죠


뷸라와 벨바, 그러니까 록시와 벨마, 이 모두의 가장 큰 공통점은 빼어난 외모의 여성이라는 점 입니다.


세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부류의 여성들이죠.








이들은 여성이며 약자였을까요?

아름다운 외모라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을까요?


그녀들이 예쁜 외모로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것은 그녀들이 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여성인권이 낮은 시기였던 덕분이기도 하죠.


인류 역사 상 살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큰 범죄로 여겨져왔습니다.


그러한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처벌을 받지 아니한것은 결국 기본적으로 여성이 사회적으로 권력을 갖지못한,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 다른말로 하면 제대로된 구성원으로서의 '성원권'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었죠.)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름다운 외모덕에 무죄를 받은 여자들이 왜 권력층이 아니냐고요?


여성이 사회적으로 남성과 비슷하게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여겨겼다면,

그녀들은 당연히 강한 처벌을 받았을겁니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사회에 위협이 되는 존재니까요.


다른사람들을 선동할만한 힘과 권력을 지닌 강한 남성은 종종 더 강한 처벌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야할 필요가 있는것이죠.


그러나 그녀들은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굳이 처벌까지 할 필요가 없는 존재라는뜻입니다.

그건 여성이 물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기득권을 가진 남성들이 이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베푼 특혜는,

마치 사람이 귀여운 동물에게 베푸는 온정 같은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러한 판결이 사회적인 약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배려의 일환이었다면, 굳이 '예쁜' 여자만이 이 특혜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지않겠어요?


혹자들은 이 작품을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블랙코미디로만 생각해 여성들의 아름다움이 가져다 주는 특혜와 성 상품화에 대해 비판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단순히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녀들에게 특혜를 쥐여주는 진짜 권력인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특혜는 필연적으로 예쁘지 않은 여성에 대한 배제를 동반합니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사벨라 니티' 라는 인물은 살인의 증거가 희미한 상황에서도 못생긴 외모만으로 유죄가 선고될뻔합니다.

다행히 사벨라는 자신을 돕겠다는 여성 변호사를 만나

무죄를 선고받지만, 그 방법 또한 사건의 시시비비를 정확히 밝히는 방향이 아닌 사벨라의 외모를 꾸며 배심원단의 마음에 들게 만드는 방법을 통해서였죠.


영화 <시카고> 속 헝가리 이민자 캐릭터

이 '사벨라'를 모티브로 하는 배역이 발레리나인 헝가리 이민자 캐릭터 입니다.


극 중 수감된 캐릭터들중에서 유일하게 죄를 짓지 않은 인물이지만, 유일하게 사형을 선고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입니다.


뮤지컬 시카고는 이 인물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배제하고 있는 약자와 진실에는 관심없이 자극적인것만을 쫓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작품의 후반부에는 우리의 '아름다운' 록시

더 자극적인 사건에 의해 자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뺏길 뻔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자극적인 거짓말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지만 록시는 이 모든게 얼마나 허황된것인지,

자신의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했던 아름다운 외모라는것이

더 눈길을 끌만한 사건 앞에서는 얼마나 보잘것없는것인지를 느끼고 힘들어하죠.


이 씬은 록시의 아름다운 외모가

진짜 권력이 아니라는것을 보여줍니다.


다른 사건들과 더 아름다운 여성에의해 얼마든지 관심밖으로 사라질 수 있는 한시적인 것일뿐이죠.


진짜 권력은 불라와 벨바에게 무죄를 선고한 남성들과, 록시와 벨마를 스타로 만들수도

천하의 악녀로도 만들 수 있는 기자들입니다.

대중은 그 모든것을 비판없이 따라가는 존재들이고요






< 아쉬운 지점 1>



영화 <시카고> 속 남성 배심원들과 재판장면


뮤지컬 <시카고> 에는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배심원단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실 시대적인 배경과 모티브가 된 사건을 생각하면,

이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평가내리는쪽은 기득권을 가진 부유한 백인 남성계층이었거든요.


물론 변호사인 빌리 플린 캐릭터가 돈 많고,

권력있는 계층을 상징하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빌리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인물이지,

평가를 내리는 인물은 아니니까요.


뷸라 아난 (록시의 모티브가 된 실제인물)의 재판 전,

남성 배심원단은 피고인의 미모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겠노라 서약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런일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했으면,

서약서까지 작성해야했을까요?

물론 사람을 죽인 뷸라가 무죄로 풀려났으니

사실상 그 서약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작품속에서 이런 부분을 조금 더 살렸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아쉬운 지점 2>


벨마의 시그니쳐 포즈 - all that jazz 중


이 작품의 주인공은 록시입니다.

최재림의 빌리플린과 벨마의 all that jazz 역시 유명하긴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나면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록시이고, 록시의 서사대로 사건이 진행된다는 것을요. 사실 이건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에요.


다만 벨마라는 캐릭터가 가진 임팩트를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all that jazz 넘버가 시작되고,

벨마는 시그니쳐 포즈를 취하며 등장합니다.

그리고 10분도 채 지나지않아, 모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리죠. cell block tango에서 역시 마찬가지고요.


록시가 아직은 미숙하고, 순진한 면이 있는 여자라면 벨마는 그보다 성숙하고 노련합니다. 보다 관능적이고요.


그래서 더 아쉬워요.

벨마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에 비해, 이 작품에서는 벨마를 크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거든요.


혹시 시카고 시즌2가 제작된다면,

벨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 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서사의 바깥에 밀려있기에는, 너무 아쉬운 캐릭터이거든요.





< 아쉬운 지점 3 >



뮤지컬 렌트의 포스터(왼쪽)와 out tonight을 부르는 아이비 배우(오른쪽)


이 작품의 파트 대부분에서,

가사의 번역이 올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초연된건 2000년이니

무려 25년 가까이 된 작품입니다.

중간중간 수정이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 번역이 좀 어색하고 옛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작품 뿐만아니라,

<시카고>를 제작한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렌트> 역시 비슷한 느낌입니다.



오 이 여자 흔들면서 춤추네
and all that jazz.

오 스타킹 벗겨져라 흔들어
and all that jazz.

오 거들은 풀어버려,
오 엄마가 놀라겠네

딸의 춤을 보았다면
all that jazz.

<시카고> - all that jazz 의 일부



돈 필요없어
난 항상 공짜니까!

너도 공짜야, 나와 함께라면.

<렌트> - out tonight 의 일부


해당 부분을 제외하고도 작품 전반에 걸쳐 매끄럽지 못한 번역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표현이 올드하고, 음과 가사가 잘 연결되지 않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특히 원어인 영어가사를 알고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이질감이 더더욱 심했죠.

덕분에 집중하며 관람하다가도 순간순간 몰입에서 빠져나오는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니만큼, 이런 부분들을 한번 더 점검해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 공연을 보고 난 후 >



록시와 벨마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저는 공연을 보기전에는, 록시와 플린간에 성적인 긴장감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최재림 배우의 빌리플린이 록시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기도 했고, ( 최재림배우는 역대 최연소 빌리플린입니다. )

위기에 처한 예쁜여자와 권력이 있는 남자사이라면 그런일은 아주 드문 경우도 아니었을테니까요.

특히나 시대가 그러했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러한 전개는 모티브가 된 사건이 있다는 점에서 불가능했을겁니다.


실제인물이 있는 한 그러한 전개로 공연을 만든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찌라시를 만들어내는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니까요.

(작가가 기자출신이기 때문에, 작품 속 둘의 관계가 진짜가 아니겠냐는 의견이 더더욱 힘을 얻을것이고요.)


그리고 공연을 관람하는 도중에는

' 록시가 무죄로 풀려나지만, 록시의 남편인 에이모스의 손에 죽는 결말' 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돈없고, 가난하고, 하층민인 '에이모스'는 록시와 다르게 유죄를 선고받고, 교수형에 처하게되는거죠.

( 록시가 에이모스를 너무 기만하기도 했고요. 불쌍한 우리 에이모스. )


이런 결말로 끝나면,

아름다운 록시와 볼품없는 에이모스가 대비되면서

작품이 말하려고 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결말은 에이모스와 반대되는 록시의 아름다움과 그로 얻은 특혜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녀들에게 그러한 특혜를 쥐여주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의식은 옅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에이모스에게 죽는 '록시'에게만 관객들의 시선이 쏠릴테니까요.

( 진짜 악당인 보스는 큰 피해 없이 해외로 망명하고,

그의 잔챙이 부하들만 죽어나가는 전개의 느와르 영화 같달까요? )




https://youtu.be/GmUzCTOGCtQ?si=APl7p4ig5cA7IqRn


그런의미에서 현재 작품의 결말 역시 나쁘지 않은것 같습니다.


권선징악의 결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않으니까요.

그에 반해 부조리한 결말은 관객들의 마음에 문제의식으로 남아, 오래도록 기억되곤 하잖아요?


록시와 벨마의 마지막 춤은 아름답고 자연스럽다기보단 어딘가 연극적인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과하게 ''같은 느낌을 주죠.


이 작품은 이러한 완급조절을 잘 하고 있습니다.

잔인한 현실에 우울해질 틈이 없도록요!




시카고는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입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답게 비판의식이 강한편이죠.


혹자는 작품이 너무 자극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의상도 과할정도로 노출이 심하다고 이야기하면서요.


하지만 이러한 노출 덕분에 날 것 그대로를 보는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와도 잘 어울리죠.


현실의 어두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우리사회가 늘 아름다운것만은 아니니까요.





작품성을 빼고도,

이 작품은 쇼로서의 기능 역시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아무생각 없이 보러가서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죠.(물론, 다소 자극적이기는 하지만요. )


시카고는 2000년도의 첫공을 시작으로,

내한공연을 포함해 올해 16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번시즌은 9월말의 막공까지 약 2달 반정도의 시간을 남겨두고 있고요.


혹시 삶이 무료하시다면,

여러분의 주말을 화려하고, 강렬하게 채워줄 시카고를 관람해보시면 어떨까요?



섹시한 재즈선율과, 정신나간 캐릭터들 덕분에 그 어떤 순간보다 살아있음을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지금까지 시카고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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