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노트르담 드 파리 리뷰 2막
* 관객 여러분들께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본 리뷰는 1막과 2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막은 공연을 안보신분들도 스포일러 없이 읽으실 수 있도록 최대한 공개된 정보들을 다루는 형태로 작성되었으나,
2막은 경우에따라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 유의하고 관람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공연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2월의 설렘, 노트르담 드 파리.
여러분들은 어떤 뮤지컬이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관객에게 친절한 작품을 좋은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은 영화와는 다릅니다.
내한공연을 제외하면 대부분 공연에는 자막도 없고, 중요한 부분을 크고 자세한 앵글로 보여줄 수 도 없지요.
대사를 노래로 표현하다보니 연극처럼 전달력이 좋기도 어렵습니다. 당연히 소설에서의 상세한 묘사같은것 역시 기대할 수 없고요.
더군다나, 대부분의 뮤지컬은 최소 800석 이상의 대형극장에서 공연됩니다.
( 대학로 소극장이나, 작은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도 늘고있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뒷자리 그것도 2층, 3층으로 올라가면 배우들의 표정은 고사하고, 가끔은 누가 주연배우인지도 헷갈릴정도니 말 다했죠.
결국 장르적인 특성과, 환경적인 요소 모두 그다지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뜻 입니다.
그러니 뮤지컬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관객이 흐름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중요한 부분은 여러번 표현해 주어야하고,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맥락과 개연성을 놓치면 안되지요.
노트르담은 정말 좋은 조건을
다방면으로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명하고 좋은 넘버와, 빅토르 위고의 원작이라뇨.
뮤지컬에서 시그니처가 되는 넘버를 가지고 있다는건
정말 큰 이점입니다.
그 노래 하나를 기대하고,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들이 꽤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명작으로 인정받는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이니만큼,기본적인 작품성은 확보하고 갈 수 있죠. 마케팅적인 부분도 수월해질 것이고요.
그러나 이런 이점들에도 불구하고,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적어도 제게는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 2막의 리뷰를 쉽게 이해하시려면 1막의 내용을 참고해주세요.]
point1. 에스메랄다의 설득력.
원작 소설 속 광장에서 있었던 에스메랄다의 독무씬은
뮤지컬에선 '보헤미안' 이라는 넘버로 대체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파트라고 생각합니다.
이 넘버는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운명을 느낄 수 있는 파트이긴하나,
왜 모두가 그녀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으로 작용하지는 못했거든요.
에스메랄다는 집시라는 다소 좋지 못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작중에 나오는 모든 남자의 사랑을 받습니다.
왜 꼭 에스메랄다여야 할까? 왜 모두가 그녀 하나만을 사랑하는걸까?
1부가 끝날때까지 이 물음은 해소되지 않은 채 계속되었어요.
그리고 이 부분이 설득력이 있어야,관객이 작품으로 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에스메랄다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 사랑이야기는 근본부터 흔들리기 때문이죠.
차라리 눈길을 끄는 화려한 독무씬을 하나 넣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재질은 투박하더라도 조금 더 밝고 노출이 있는 화려한 의상을 입혔어도 괜찮았을것같아요.
( 아니면 알루미늄같은 고철들을 잘라서 드레스에 붙였어도 됐겠지요. 조명을 받으면 반짝거렸을테니까요.)
특별할것 없는 의상과
커다란 무대 위 휑하고 앙상해보이는 배경이 어우러져
에스메랄다의 매혹적인면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공연을 보는내내 에스메랄다의 매력을
이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 한명에게 떠넘기는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매 시즌마다 배우는 바뀝니다.
배우의 외적인 모습이, 이 역할의 설득력의 대부분을 결정짓도록 하는것은 작품을 불안정하게 만들게 되죠.
아무리 에스메랄다가 미인인 역할일지라도 말이에요.
point2. 그랭구아르의 존재
시인이자, 서술자인 그랭구아르는 대체 무슨 역할인걸까?
공연을 같이 봤던 친구가 했던 말입니다.
뮤지컬은 집시들이 콰지모도를 데려와 미치광이 황제로 만드는 부분부터 시작합니다.
( 콰지모도는 등장부터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고 있는 채로 등장합니다. 이야기의 서사를 쌓기위한 노력은 어디에 갔는가. )
내용을 단순화 하기위해 원작소설의 앞부분은 쳐내버린것이죠. 결국 그랭구아르 캐릭터는 붕 뜨게됩니다.
리뷰 1막에서도 간단하게 말씀드렸다시피
원작소설에서는 뮤지컬의 1부 파트가 대부분 그랭구아르의 움직임에 따라 흘러갑니다.
* 참고] 뮤지컬 1막 전반부의 줄거리
1482년, 파리입니다.
이 날은 주 공현절과 미치광이 축제가 겹치는 흔치 않은 날입니다.
공현절은 동방박사가 예수를 찾은날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이고, 이를 위해 파리의 재판소의 대형홀에서는 시인 그랭구아르가 쓴 연극이 공연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파리에 오는 사절단과 추기경이 오지않아 공연은 지연되고,
설상가상으로 공연 중간에 여러 사람들이 끼어들어 연극은 결국 중단되고 맙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연극은 제쳐둔채로 가장 못생기고 추한 사람을 찾아 미치광이 교황으로 선정하는 미치광이 축제를 진행하기로 하죠.
이때 노트르담 성당의 충직한 종지기이자, 꼽추인 우리의 콰지모도가 그날의 교황으로 뽑히고 들것에 태워져 행진을 시작합니다.
시인 그랭구아르는 연극의 중단으로 인해 약속되었던 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갈 곳을 잃습니다.
돈이 없는 그는 무엇이라도 얻어먹어 볼까하며, 광장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광장에는 집시여인 에스메랄다가 춤을 추고 있었죠.
광장 안의 모든 사람들을 매혹 시키는 그녀의 춤 또한 중단되고, 그랭구아르는 집시인 에스메랄다가 자신을 재워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녀를 쫓아갑니다.
(* 아마도 집시는 방탕하다는 그의 선입견이 영향을 끼친것이겠지요.)
그렇게 에스메랄다를 쫓아가던 그랭구아르는 에스메랄다가 납치당할 뻔 한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에스메랄다를 구해준 남자는 페뷔스, 귀족이자 왕실 친위대장이고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던건 다름아닌 노트르담의 종지기 콰지모도였습니다.
콰지모도는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납치사건이 일단락 되면서 그랭구아르는 다시 갈곳을 잃습니다.
그렇게 그랭구아르는 정처없이 헤메다 집시들의 구역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클로팽의 집시 무리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집시들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이상, 그는 집시가 되든 아니면 죽음을 맞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집시가 되는 방법은 두가지, 소매치기에 성공하거나 아니면 집시여인과 결혼하는 것 둘 중 하나였죠.
그랭구아르는 두가지 모두에 실패하게 되고 그의 목이 교수대에 걸리기 직전,
에스메랄다가 나타나 그를 남편으로 삼겠다며 그랭구아르를 구해주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앞부분의 줄거리에서, 그랭구아르의 연극 부분은 아예 생략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왜 갑자기 클로팽에게 잡히는지, 에스메랄다가 그와 왜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나서는지 부분 역시
뮤지컬에서는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이야기의 관찰자입니다.
적어도 작품의 앞부분에서만큼은 그렇지요.
그러나 중간의 내용을 애매하게 쳐내니 결국 뮤지컬 속 그랭구아르는 시인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게되어버렸습니다.
그가 시인이든, 상인이든, 농사꾼이든 이 작품의 흐름과는 별 상관이 없어졌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캐릭터가 없더라도 설정을 조금만 바꾼다면 이야기의 흐름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는 '대성당들의 시대'를 부르기 위해서 존재하는 걸까요?
아니면 2막에서 프롤로 주교와 함께 '피렌체' 넘버를 부르기 위해?
자잘한 이야기를 쳐내고 싶다면 시대적 배경을 글로 써서, 공연장 내부에 걸어놨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이 뮤지컬이 만들어진 프랑스와 한국 관객은 이 작품에대한 배경지식부터가 다를 수 밖에 없어요.
우리가 심청전을 이해하는것과, 미국인이 심청전을 이해하는 깊이가 다르듯 말입니다.
이 부분을 고려해줬다면, 관객들의 이해도와 만족도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point3. 에스메랄다의 결혼
1부의 중간, 부랑자들의 노래가 나오면서 그랭구아르는 클로팽의 집시 무리에게 붙잡힙니다.
그리고 에스메랄다가 나타나, 그랭구아르를 남편으로 맞이하죠. 좀 전까지 페뷔스를 사랑한다고 노래 했으면서 말이에요.
뮤지컬에서는 이러한 일이 갑자기 왜 생긴건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덕분에 원작소설을 읽지 않으면 공연만을 보고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집시라는 존재가 생소하니
갑자기 그들이 왜 그랭구아르를 잡고 죽이겠다고 하는지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또한 어렵습니다.
이 시기 집시들은 무법자같은 존재들입니다. 선 너머에 존재하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수많은 곳을 떠돌아다니며 생존을 위한 수많은 일들을 해야 했고, 그 일들 중에는 범죄 또한 섞여있었죠.
그러니 집시들은 핍박받고,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채로 그들 사이에서의 규칙과 규율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니 외부인인 그랭구아르가 집시들의 구역에 발을 들이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이죠.
그렇게 이들에게 잡힌 그랭구아르는 살기위해 테스트를 당합니다.
소매치기 시험에 성공해 부랑자들의 무리에 들어오거나, 아니면 집시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 그게 아니면 죽음이죠.
시인인 그에게 천부적인 범죄 기술이 있을리는 만무하고,
가난한 그를 남편으로 맞이하겠다는 집시여인 역시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랭구아르의 목이 교수대에 걸리기 바로 직전인 그 순간, 에스메랄다가 나타나 그를 남편으로 맞이하며 그의 목숨을 살려줍니다.
이 씬은, 에스메랄다가 콰지모도에게 물을 주는 씬과 더불어 에스메랄다의 순수하고 선한 성품을 부각시켜 주는 씬입니다.
또한, 집시들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는 씬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제대로 된 해설없이 진행되어 스토리라인은 어지러워지고, 씬의 의미 역시 퇴색되어버렸습니다.
이렇듯 1부의 많은 내용들이 원작소설을 읽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 뮤지컬이 성스루(모든 대사에 멜로디가 붙여진 형태)라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아쉬운 지점이에요.
대사의 전달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이 작품은 10번의 공연중 7번의 공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했습니다.
3천석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연장에서 말입니다.
( 이 공연장은 뮤지컬 전용극장이 아니고, 공연장도 옆으로 넓직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즉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린다는 뜻이죠.
추가로, 이 공연장의 3층은 건물로 치면 4층의 높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뮤덕들끼리는 이 좌석들을 두고 그런 얘기를 하곤 합니다. 차라리 하느님이 더 잘 보일거라고요.)
덕분에, 대사의 전달력은 곱절로 떨어지고 관객들의 이해력 역시 바닥으로 직행했습니다.
또한 여러가지 호불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극장 내부의 뒷 배경들이 시대상을 느낄 수 있는 배경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작품에 나오는 전체적인 소품들은 대부분 사실묘사보다는 상징성이 있는 형태로 제작되었고,
집시들의 춤 역시 아크로바틱과 비보잉 같은 느낌이 섞여있어서 꽤나 현대적인 느낌입니다.
개인에 따라서는 이 부분을 다소 이질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뮤지컬을 보실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스토리, 배우, 노래(=넘버), 화려하고 웅장한 의상과 무대 등 많은 요소들이 있겠죠.
사람마다 취향은 다양하겠지만,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부분은 맥락과 개연성입니다.
좋은 스토리의 기본은 잘 쌓은 서사와, 맥락에 맞는 전개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갖춰져있지 않다면, 관객들은 몰입하지 못하고 금방 극에서 빠져나오게 되지요.
그리고 이 작품은 그 부분을 많이 간과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분명 마음을 흔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10번째 시즌동안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보러오는 작품으로 남아있는것이겠죠.
해서 예매처에 올라온 차가운 리뷰들을 보면서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조금 더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줬더라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게 분명하니까요.
물론 이 작품은 라이선스 뮤지컬 중에서도 레플리카 방식을 차용한 작품입니다.
프랑스 원작 뮤지컬에서 모든 부분을 수정없이 가져온 작품이란 뜻입니다.
그러니 한국의 사정에 맞게 수정하는것이 쉽지 않았을거라는것 역시 알고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약에 의해서 작품의 흐름과 대사를 수정할 수 없었다면 나레이션 같은것들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 모든것이 정 어렵다면, 예매처에라도 작품의 배경에 대해 상세히 적어두었을 수 도 있고요.
거기다가 노트르담 드 파리의 vip좌석의 가격은 17만원입니다. 다른 대형 뮤지컬들과는 다르게 따로 오케스트라가 있는 뮤지컬도 아니죠.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는만큼 많은 부분들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초연은 2008년 입니다.
벌써 10년도 훌쩍 넘겼죠.
올해 공연이 성황리에 끝났으니,
아마 2,3년 내로 11번째 시즌이 돌아올 것 입니다.
그때는 디테일들을 보완해 부디 더 많은 관객분들께서 만족하실 수 있는 공연으로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