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금 민망했지만 풀려있는 스니커즈 끈을 묶기 시작했다. 상가 보증금을 대출받기 위해 송파에 있는 신용보증재단을 찾아갔다. 이곳은 나와 같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소액 대출을 해주는 곳이다.
청바지에 빨간색 체크무늬 난방을 입은 내 나이 또래는 아무도 없었다. 대기 인원은 보통 남자분들이었고 보통 40대는 넘어 보였다.
개원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매출을 증빙하기 위해 화장품 파우치에 첫 달 카드기로 결제한 영수증을 들고 갔다. 화장품 파우치에 수북하게 들어가 있는 영수증이라니,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의 눈이 커졌다. 혹시 잘 안되면 어떡하지?
괜히 더 쾌활한 척하면서 학원 운영 애플리케이션을 내밀었다. 아이들 공부하는 모습과 한 개에 1500자를 적은 알림장도 보여드렸다. 기자 하면서 한다고. 최근에 전세 때문에 목돈이 없고 아직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도움 없이 일단 해보려고 한다고(그때까지만 해도 부모님 조차 학원 여시는 걸 몰랐다.). 열심히 해볼 거라고. 거대한 꿈이나 수사는 없었다. 그냥 내 처지랑 상황을 방글방글 웃으면서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했다.
"박소망 씨 잘 부탁드려요."
담당자님께서는 은행 관계자분께 정말 성심껏 인도해 주셨다. 딸을 보는 눈빛이라고 하면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젊은 애 혹은 어린애가 고생하고 있다는 그분의 눈빛은 느낄 수 있었다. 은행 관계자 분께서는 더하셨다. 개원하고 정신없는 일정으로 서류가 늦었는데 나보고 빨리 대출 서류 넣어야 나온다고 전화가 두 번이나 오실 정도였다. 대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청바지 입고 머리를 질끈 묶고 대출받으러 간 날, 스스로가 조금은 창피하고 작아 보였지만 나는 그날 느꼈다. 아무도 안 알아주는 거 같아도 누군가는 내 진심이나 열정을 알아준다는 것. 그게 또 힘이 된다는 것. 별 거 없는 이 오글거리는 메시지가 아직 내 마음에 남아있다. 신파라고 해도 나는 나중에라도 이 날을 돌아보며 힘을 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