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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망 Jun 26. 2022

이별 후 회사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게 된다는 그녀에게

상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아는 동생이 이별 때문에 많이 아프다. 회사에서 너무 힘이 들어서 화장실 바닥에 자꾸 주저앉게 된다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모르겠다고 한다. 하나 확실한 건, 자신의 상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혼자 있으면 미칠 거 같았다고 했다. 찾아온 강박은 걷기다. 길거리를 마구 걷다 보니 발이 터졌다고 했다. 터진 발에 약도 안 바르고 밴드도 안 바르고 둔다고 했다. "터진 곳을 그냥 신경도 안 쓰게 돼요"라고 내게 말했다.


상사병은 이렇게 생겼다. 좋아하는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하이힐 신다가 뒷굽이 까진 상처의 모양이 아니다. 양말도 안 신고 운동화를 발에 대충 걸친 뒤 길거리를 헤매다가 옆구리가 터져버린 발의 모양이다.


상실의 소리는 이렇게 들린다. 그렇게 똑똑하고 사리분별을 잘하던 여자가 "내가 왜 이러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압도적인 우울감, 이성을 뛰어넘는 감정에 지배에 당황스러워 곡한다.


정통으로 이별을 맞은 그녀를 병원에 데리고 가 처방전이라도 떼어 주고 싶다. 하지만 이 단기 불치병은 시간이 가야 낫는다고 한다. 느리게만 가는 시간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어디도 없다.


유일한 진통제는 위로다. 그녀가 언젠간 괜찮아질 거라고, 자신조차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스스로의 모습과 감정을 이해해주는 목소리다. 그러니 우리가 계속 연락하게 된 것이겠지.


나는 그녀를 이해하고 지지한다. 그녀를 지배하는 감정이 언젠가 스러질 것이라 믿는다. 슬퍼하는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운 존재다. 아무리 여름 뙤약볕이 강해도 매미는 운다. 울다 울다 보면 여름은 질 것이다.


#이별의모양 #이별의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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