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뉴타운 장기전세 아파트에 입주한지 14년이 되면서 이곳저곳 고칠 것이 많이 생겼습니다. 샤워기 누수 문제로 방문한 아파트 시설관리하시는 분과 얘기하다 화장실의 변기에 금이 간 것을 얘기 했더니 공사에서 무상으로 교체해준다고 하며 고맙게도 직접 접수까지 해주셨습니다.
사실 무상 수리 항목인줄 모르고 자비로 고치려고 했습니다만,.....며칠 전 변기를 새로운 것을 교체하러 오신분이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음료수를 하나 드리며, 전문가시네요 그랬더니 친절하게 변기가 놓였던 청소하기 어려운 뒤쪽의 더러운 타일을 깨끗하게 청소까지 해주셨습니다.
요즘 간혹 아파트주민의 경비원과 관리인에 대한 갑질의 뉴스가 종종 보도되는 것을 볼 때마다 백정과 박 서방의 이야기처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옛날 시골 장터에 박 씨 성을 가진
나이 지긋한 백정이 고기를 팔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젊은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습니다.
한 양반이 말하기를
“어이 백정 고기 한 근만 다오” 하니
백정이 “예 그러지요” 하면서
솜씨 좋게 고기를 칼로 썩 베어 내어 주었습니다.
또 다른 한 양반은
상대가 비록 천한 백정이긴 했으나
나이 지긋한 사람에게
함부로 말하기가 민망하여서 ...
“박 서방 고기 한 근 주시게” 하고 말하자
백정이 “예 고맙습니다. 하면서
역시 솜씨 좋게 고기를 잘라 주는데
먼저 양반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때 먼저 양반이 소리쳐 따졌습니다.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어째서 이 양반 것은 나 보다 배나 많으냐?”
그러자 그 나이 지긋한 백정은
“예 그야 손님 고기는 백정이 자른 것이고
이 어른 고기는 박 서방이 자른 것이니까 그렇지요”
하고 대답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옛말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습니다.
말 잘해서 손해 보는 법이 없다는 말이지요.
은평뉴타운 저수지에서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말과 문자의 상징성으로 인해 그 영향은 매우 큽니다. 그래서 우리 일상에서 더 많은 오해와 진실의 왜곡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사소한 말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입고 멀어지기도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Albert Mehrabian(앨버트 메러비안)은 그의 저서 <침묵의 메시지Silent Messages>에서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언어적 요소의 중요성은 7%에 불과하고, 청각적 요소가 38%, 시각적 요소가 55%를 차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비롯되는 오해는 실상 우리 자신의 상에 대한 집착 즉, 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 나라는 상, 인간이라는 상, 중생이 나와 다르다는 상, 생명에 대한 상)에 마음이 머물러서 생기는 분별심의 차별에 의해 생기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금강경>에서 마음이 “불응주색생심(不應住色生心)하며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이요 응생무소주심(應生無所住心)이니라”하여 “응당 색(형상)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며, 응당 성ㆍ향ㆍ미ㆍ촉ㆍ법에 머물러서도 마음을 내지 말고 응당 머문(집착) 바 없는 그 마음을 낼지니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언어는 꽃과 같이 향기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꽃은 항상 침묵하고 있지만 향기의 언어를 갖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면 말을 하지 않아도 이세상과 일체가 되어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仙定花(빛의 꽃)의 향기를 느낄수 있다고 합니다. 2024.07.27/김승하/kimseo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