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지병으로 별세하셨다는 김민기 선생님의 부음을 전해 듣고 얼마 전 SBS 방송에서 방영한 김민기 선생님의 다큐멘터리 <뒷것, 김민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참된 삶이란 어떻게 사는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노래 <아침이슬>을 만든 음악가이자 극단 <학전>을 운영해 온 연출가로도 큰 존재였던 선생님의 또 다른 삶이 공개되면서, 그분이 왜 그렇게 가수라는 정체성을 부인했는지, 왜 그토록 혹독한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면서 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보살의 삶을 사신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70 80년대 민주화 시위에 언제나 끊임없이 등장했던 노래 <아침이슬>은 21살 대학 1년 때 만든 노래로서 그분은 당시 아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치적 견해를 밝힌 적도 없고 민중가요나 운동권 노래를 의식하고 만들지도 않았지만 그의 노래는 시대적 의미와 일치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이미지:네이버
고교 시절 스카우트 대원으로 동해에 야영을 갔다 후배가 물에 빠져 숨지자 그 후배의 부모에게 알리기 위해 급히 상경하던 열차 안에서 즉석으로 만들었다는 <친구>라는 곡 또한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시위를 하다 사망한 열사를 '친구'로 묘사하며 추모곡 겸 단골 데모 곡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결국 선생님이 만든 노래가 시위 현장에 등장하자 1974년 미군 카투사로 입대하여 근무하던 중 조사받고 최전방 원통으로 전출되게 되었지만, 그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권력에 분노하거나 원망하는 마음 없이 근무하였으며, 이때에도 자신이 소속한 부대의 전역을 앞둔 나이 많은 선임하사의 부탁으로 동료들의 회식용 막걸리 두말을 받고 만든 <늙은 군인의 노래>를 작사 작곡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삶은 항상 앞에 나서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뒷것>의 조력자로서의 살아왔으며, 진정한 음악가로서 아상인상중생상我相人相衆生相없이 당시 시대의 상황을 본 대로 느낀 대로 진실한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에 좋은 노래를 만들었고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1970년대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끊임없이 권력에 의해 금지곡으로 억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권력의 감시와 탄압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 한때 공사판, 농촌, 어촌의 양식장, 탄광 등에서 막노동의 일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원망하는 마음 없이 박해를 박해로 받아들이지 않고 삶을 받아들인 모습을 보면서 그분이야말로 탐貪. 진瞋. 치痴의 삼독에 물들지 않은 이 일체 제상離一切諸相의 참 보살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의 삶을 지켜보는 내내 탐욕스러운 말, 화내는 말, 어리석어 하는 말을 하지 않는 삶을 사신 분으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은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든 중생은 불성이 있다는 참말을 하는 ‘진어자眞語者’이며, 악한 일을 하면 반드시 악한 결과를 얻는다는 ‘실어자實語者’이며, 선법의 이치에 맞는 말을 하는 ‘여어자如語者’이며, 쓸데없고 허황된 말, 부질없는 말을 하지 않는 ‘불광어자不誑語者’이며, 말을 할 때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고 모두 다르지 않는 말을 하는 ‘불이어자不異語者’입니다.
선생님의 삶은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보살의 삶과 다름없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위이익 일체중생이 즉비중생이며, 여래설 비중생 시명중생(爲利益 一切衆生 卽非衆生 如來 說非衆生 是名衆生)이라 하셨습니다. 또한 범부자 여래 설즉비범부라 시명범부(凡夫者 如來 說卽非凡夫 是名凡夫)라고 하셨습니다. 중생이나 법부 또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반드시 세속을 벗어나 출가를 하여야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극락왕생하시길 바랍니다. 2024.07.29./김승하/kimseo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