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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금강경金剛經

-고혈압은 고혈압이 아니다, 고혈압이라 명名(이름) 할 뿐이다

by 김승하


일상에서 만나는 금강경金剛經

-고혈압은 고혈압이 아니다, 고혈압이라 명名(이름) 할 뿐이다

사실 고혈압 증상을 보인 것은 2년 전쯤부터 시작된 것 같다. 회사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것인지 혈압이 140mmHg~185mmHg사이 불규칙적인 혈압 수치로 인해 한 병원을 찾았다 의사선생님은 고혈압이 아프거나 하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동안 조용히 뇌, 동맥, 눈, 심장, 신장 등 많은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다며 혈압에 대한 겁을 주며 약을 처방해 주셨다.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은 고혈압이란 이러이러한 것이라는 현상 즉, 법(法)을 갖고 있어 혈압을 수치로만 판단하려는 인상을 받았다.


고혈압은 고혈압이 아니다, 고혈압이라 명名(이름) 할 뿐이다.” 한국고혈압학회에서 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 mmHg 이상, 이완기 혈압 90 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혈압은 워낙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혈압을 잴 때마다 달라서 어떤 때는 1단계 고혈압이었다가 어떤 때는 180 이상 고혈압이었다가도 어떤 때는 정상이 되기도 하는 등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간의 개개 존재는 수많은 다르마 법(法)에 의하여 현상의 모습을 나타내기 때문에, 온갖 모습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그 흐름이 연속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의 연속성을 유지시켜 주고 있는 것이 다수의 인(因)과 연(緣)이며, 이 인(因)과 연(緣) 전체 집합에 의하여 자아의식이 성립되고 개별 존재의 연속성이 유지되는 까닭에 모든 작용은 마음에 의해 변화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혈압약 복용과 함께 혈압 측정기를 구매해서 매일 24시간 지속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보았다. 의사 선생님이 처방한 약을 1/2씩 나누어서 복용해 보기도 했다. 가끔 불규칙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인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130 이하의 혈압을 유지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일주일 1~2회 정도 아침에 걷기 운동을 1시간 정도 병행하면서 혈압이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거의 정상 혈압이 지속되었다. 모든 것이 마음의 작용인 것일까? 그리고 나는 한동안 고혈압의 증상을 잊고 있었다.

은평둘레길 이말산구간 & 구파발천 인공폭포앞 저수지의 수련

작년 12월 64세의 나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 2막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과정에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사실 퇴직 후 새로운 직업으로 조리사를 준비 중이지만 평소 읽고 싶은 책도 많이 읽고, 주말에는 북한산 둘레 길을 걷는 등 별 스트레스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한 달 전쯤 2년마다 한 번씩 하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혈압이 높다는 진단(수축기 152 mmHg)과 중성지질이 200(위험 경계성 190)을 넘는다는 건강검진의 결과표를 받으면서 신체의 이곳저곳에서 이상신호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긴장된 생활의 연속인 회사를 그만두면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일까? 한편으로는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설제심 개위비심 시명위심”(如來 設諸心 皆爲非心 是名爲心:모든 마음은 마음이 아니며, 마음이라 명할 뿐이다)이라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현실에서 마주하는 모든 상에 대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나라는 생각, 사람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고 있으며, 마음으로 병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은평뉴타운 6단지 조각상

다시 동네 내과병원을 방문하였다. 예쁜 여의사가 혈압을 측정하였는데 수축기 185mmHg의 높은 혈압을 가리켰다. 나는 집에서 측정하였을 때는 150mmHg이었는데 이상하게 병원에만 오면 수치가 높게 나온다고 말하였고, 2년 전에도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아 몇 개월 복용했지만 의사 처방의 약을 1/2만 복용해도 정상적으로 조절되었으며, 주 1~2회 운동으로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것 같아 혈압약 복용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집에서 사용하는 혈압측정기가 부정확한 경우가 종종 있으니 다음 방문 시 가져와 보라고 하시면서, 고혈압은 과다한 음식의 나트륨 섭취, 술, 담배, 커피, 스트레스 및 스트레스와 정신적 갈등, 운동 부족 등의 영향을 받으니, 일단 가장 낮은 단계의 혈압 약부터 2주마다 단계적인 혈압약 복용과 함께 지속적인 운동을 병행하고 음식에 대해 주의하면서, 혈압의 변화를 지켜본 후 혈압 약을 처방하겠다고 했다.


내가 믿고 있었던 혈압측정기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과 그동안 나의 생활이 편안함만을 추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 제상 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모든 형상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니 모든 형상을 본래 형상이 아닌 것을 알면 곧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씀하신 부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는 살아가면 스스로 지어 온 상에 빠져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병원 방문 후 나는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꾸었다. 몇 차례 더 병원을 방문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혈압 기는 정상으로 밝혀졌고, 몇 차례 혈압 약을 바꾸었지만 혈압 약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고혈압은 근본적으로 우리 몸에 있는 혈액의 흐름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이다.

아침식사 대용 호박 & 당근 사과 비트를 갈아 만든 야채주스와 혈압기

나는 매일 사과 당근 비트를 갈아 만든 야채주스를 마시고 주 1회 약 한 시간 정도 하던 조깅 대신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매일 하루 2시간 10km 이상 걸었다. 발바닥 수차례 물집이 생기고 다시 생기기를 반복하였다. 드디어 한 달 정도 지나면서 불편한 생활은 편안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시 수축기 혈압 130 mmHg 이내, 이완기 혈압 90 mmHg의 범위에서 일정하게 유지하게 되었다.


입에 맞는 음식만을 찾거나 편안한 생활만을 추구하면 언젠가 불편해질 수 있고 반대로 야채주스를 직접 갈아 마시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면 편안한 미래가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찾는 여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예쁜 여의사가 여래如來일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현실(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여래를 볼 수 있다고 하신 것이다.


불교에서 존재나 현상을 법(法)이라고 한다. 법(法)은 한자어로 ‘물[水]이 간다[去]’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이 글자는 물이 끊임없이 흘러가되 거기에는 일정한 길이 있음을 의미한다. 법이란 우리들의 현실 존재로 하여금 ‘지금 이렇게 되어 있어야만 한다.’고 하는 규칙이다. 즉, 고혈압은 이러 이러한 원인에 의해 규정한 하나의 질병에 대한 법(法) 일뿐이다.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제심 개위비심 시명위심(如來 設諸心 皆爲非心 是名爲心:모든 마음은 마음이 아니며, 마음이라 명할 뿐이다)이라 말씀 하셨다. 또한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응생무소주심, 약심유주 즉위비주라 하셨다.(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應生無所住心 , 若心有住 卽爲非住: 형상 소리·향기·맛·감촉·법의 6가지 형상에 머무르는 마음의 집착이 없게 되면, 만약 마음이 머물러 있게 될지라도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게 된다 하셨다)

금강경:네이버 이미지 & 사경용 구매 금강경

또한 부처님께서는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 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모든 형상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니 모든 형상을 본래 형상이 아닌 것을 알면 곧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된다는 의미)”라 하셨다. 우리 중생은 스스로 현실(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여래를 볼 수 있다고 하신 것이다. 마음의 부조화로 병을 얻게 되는 까닭에 무아무집착(無我無執着)의 법을 벗어나면 제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어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으리라. 즉, “고혈압은 고혈압이 아니다, 고혈압이라 명名(이름) 할 뿐이다.” 2024.08.22./김승하 시인/kimseo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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