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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화된 색채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

-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등작(Dungzak Cestlavie)

by 김승하


단순화된 색채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

-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등작(Dungzak Cestlavie)



화가 등작(Dungzak Cestlavie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You are not alone


얼마 전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하면서 화가 등작(Dungzak Cestlavie)의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의 작품 중 촛불의 이미지를 테마로 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일련의 시리즈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2018년 12월 아주 추운 초겨울이었습니다. 김이듬 시인이 일산에서 운영하던 서점에서 시 낭송을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날 모임 후 귀갓길에 서울로 함께 돌아온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인상은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날 갑작스러운 한파로 호수 공원에서 전철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매우 추웠는데 그는 갑자기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처음 만난 저에게 사용하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 또한 추위에 잔뜩 웅크린 모습이었습니다 만, 한사코 사양하는데도 거듭 제의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목도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날 저는 목도리를 받아 고맙기도 하고 해서 구파발역 부근에서 저녁을 대접했고, 그는 즉석에서 파란 메모지 위에 볼펜으로 저의 초상화를 그려준 적이 있습니다. 그 후 5년 전쯤인가 페이스북을 통해 그가 결혼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구파발역 부근에서 저녁을 함께 했고, 그는 즉석에서 파란 메모지 위에 볼펜으로 그린 나의 초상화

작가는 결혼 전의 작품에서는 영혼과의 대화를 암시하는 많은 작품들 그렸지만, 어두운 그늘을 지울 수 없었으나 결혼 후 그의 작품은 따뜻한 색의 색채의 절제와 대비를 통해 우리들 삶의 밝음과 어두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밝음과 어둠의 관계를 통해 희망의 이면에 깃든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시리즈

이 그림은 작가 등작(Dungzak Cestlavie)의 일련의 시리즈 작품 중 하나로, 제목은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입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우리를 가 밝음에 기초한다면 그 밝음을 위해서는 어두운 중간 색채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림 화면에 색깔의 조합을 최대한 절제해서 단순화된 색채들 몇 가지로 이야기를 만들면 희망의 앞면과 뒷면에 자리한 아릿한 슬픔의 표정을 미묘하게 표현할 수 있다"라고 이 작품에 대해 말합니다.


작가의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는 강렬한 색채 대비와 상징적 형상을 통해 희망과 슬픔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말한 "희망의 앞면과 뒷면에 자리한 아릿한 슬픔의 표정"을 작품 안에서 명확히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는"밝음을 위해 어두운 중간 색채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단순화된 색채와 형태 속에서 그 대조적 감정을 절묘하게 배치했습니다.


빨간색의 배경은 강렬한 에너지와 위험을 암시하면서도 인간의 욕망과 열정을 나타내며, 동시에 고통과 위험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노란색과 파란색 도형은 명료하고 선명하여 각각 희망과 냉정을 상징하지만, 그 조합이 상반되어 감정의 복합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색의 단순화를 통해 과잉된 감정을 절제하고, 그 안에 미묘하게 깃든 슬픔의 뉘앙스를 담아낸 것이 특징입니다.


노란색은 희망과 기도, 파란색은 차분함과 냉철함을 상징하며, 이러한 색들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복합적인 감정 구조를 형성합니다. 불꽃은 타오르며 사라지는 순간을 담고 있어 욕망과 희망의 덧없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꽃을 붙잡고 있는 검은 실은 인간이 현실 속에서 고통과 구속을 겪으며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즉, 색채와 형태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고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색채 구성을 통해 작가는 희망과 슬픔이 하나의 화면 속에서 공존하는 모순적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감정을 구체적이기보다 추상적으로 표현하여 해석의 여지를 열어둘 뿐 아니라 이러한 단순함은 오히려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강조하며, 관객이 그 속에서 자신만의 감정을 투영하도록 유도합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시리즈

이 그림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이념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더라도 인생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반대되는 것을 배척한다고 해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어떤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 서로가 다른 지점으로 걸어가도 어딘가에서 마주치는 작은 소망들이 마주 보기도 한다. 그러므로 현재 자신이 딛고 있는 자리에서 타인의 삶을 재단하거나 견줘보기 보다 찰나라도 따뜻한 시선과 마음으로 바라봐 주면 상대의 아픔이 극소량이라도 덜어지지 않을까 한다."


촛불의 불꽃과 날개 형상은 자유로움과 상승을 암시하면서도 그 주변에 고정된 검은 실(심지:인간 개인의 형상)은 이 세상을 벽에 고정하는 못과 실처럼 무거움과 구속을 상징합니다. 이는 희망을 향해 나아가려는 인간의 의지와 현실의 고통과 제약이 공존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촛불의 형태는 밝게 타오르지만, 그 자체가 소멸의 순간을 향해 가는 덧없음을 담고 있어 희망과 비극이 동시에 엮여 있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들에서는 절제된 색감 속의 서사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작가가 언급한 "단순화된 색채들 몇 가지로 이야기를 만든다"라는 원칙은 밝고 강렬한 색감 속에 어두운 실루엣이 자리하면서 희망과 슬픔이 미묘하게 엇갈립니다. 이 절제된 구성은 오히려 감정을 더 극대화하여 전달하며, 복잡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단순화하여 전달하는 힘을 가집니다.


불꽃이라는 형상 자체가 밝음과 어둠을 동시에 상징하기 때문에, 색의 절제와 단순화는 이러한 이중적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작가는 희망과 슬픔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면 속에 자리한(희망의 뒷면에 자리한 아릿한 슬픔)을 이 작품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시리즈


작가는 "자연에서 오는 감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 자신만이 끌어낼 수 있는 색채와 시각으로 해석해서 더 본질적인 감각으로 자연을 마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왜곡과 변형을 거듭하는 마음의 번뇌를 잠재우며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다


불꽃의 밝음은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는 무상함을 상징하며, 밝음 뒤에 따라오는 어두운 잔상 같은 아릿한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노란색의 밝음 속에 파란색의 차분함이 섞여 있는 구조는 희망 속에 숨어 있는 상처와 고독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등작 작가는 작품에서 단순화된 색채와 강렬한 대비를 통해 희망과 슬픔의 교차점을 탐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밝은 색상 뒤에 감춰진 어두운 뒷면을 통해 인간 삶의 복잡성과 모순을 시각적으로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성은 작가가 언급한 “아릿한 슬픔의 표정”을 깊이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 등작(Dungzak Cestlavie)은 색채와 형태를 극도로 절제하여 인간의 본질적 상태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즘화된 인간에 대한 시각으로, 색채와 형태뿐 아니라, 회화적 과정에서 인간의 욕망과 고통, 희망과 기도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련의 이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색채와 형태의 단순화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입니다. 작가는 회화적 과정 속에서 욕망과 고통, 희망과 기도라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담아내며, 이러한 감정들이 하나로 엉켜 있는 복합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시리즈


작가는 "그 밝음에 의해서는 어두운 중간 색채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림 화면에 색깔의 조합을 최다한 절제해서 단순화된 색채들 몇 가지로 이야기를 만들면 화면의 앞면과 뒷면에 자리한 아릿한 슬픔의 표정을 미묘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색채와 형태뿐 아니라, 회화적 과정 자체를 통해 감정의 응축과 해체를 표현합니다. 물감의 두꺼운 질감과 거친 붓질은 인간이 삶 속에서 겪는 거칠고도 불안정한 감정을 나타낸듯합니다. 형태의 단순화는 인간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압축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복잡하고 다층적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미니멀리즘적 감각 속에서도 감정의 깊이를 잃지 않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작품 제목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에서 드러나듯이, 기도라는 행위는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행위입니다. 기도는 희망을 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고통과 불안이 자리합니다.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은 삶의 의지를 상징하지만, 그 불꽃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덧없음과 불안정함을 암시합니다.


등작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미니멀리즘적 접근으로 인간의 본질과 감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색채와 형태를 단순화함으로써 감정을 압축하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여 인간 실존의 복잡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합니다. 욕망과 고통, 희망과 기도라는 상반된 감정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공존하며, 이로 인해 작품은 강렬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의 진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시리즈

작가는 이 그림에서 다음가 같이 토로 하고 있다."재현 예술과 멀리 떨어져 있고 그걸 하고 싶은 마음은 더 멀리 있다. 표현의 기술(art), 표상의 층층한 의미에서 이미 떨구어져 나온 것을 추구하는 것이 익숙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늘 곁에 흩어져서 호흡하는 곁가지들의 속 마음에 인사를 건네는 그림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적 형상 안에 감정의 다층성을 담아낸 이 작품은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미니멀리즘을 통해 감정의 깊이를 탐구하고, 색채와 형태를 넘어 인간의 내면을 응축하는 시도로서 의미가 큽니다. 작품을 통해 인간 실존의 복잡성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작가의 말처럼,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색감의 배치와 단순화된 형상을 통해 감정을 응축시키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즉, 그의 작품은 인간은 고통 속에서도 기도를 통해 희망을 붙잡으려 하고, 기도와 희망, 고통의 교차점에서 작가는 미니멀리즘화된 인간의 실존적 모순을 보여주고자 하고 있습니다. 희망과 슬픔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2025.03.22/kimseonbi/김승하시인



* (Minimalism:미니멀리즘은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여 단순성과 본질에 집중하는 예술 사조이자 철학입니다. 주로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미술 운동으로, 이후 건축, 디자인,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습니다.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형태와 색채를 최소화하여 순수한 구조와 본질에 집중하는 데 있습니다


* 재현 예술(Reproductive Art): 형태와 색채를 최소화하여 순수한 구조와 본질에 집중하는 미니멀리즘 Minimalism의 반대 개념으로, 재현 예술은 현실 세계의 사물, 인물, 풍경 등을 시각적으로 그대로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예술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Representational Art" 또는 "Mimetic Art"라고 하며, 현실과 유사하게 표현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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