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처럼 촉촉하게 가슴에 스며드는 그리움

김영삼 시인의 <온다는 것>

by 김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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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시인, 201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등단, 2017년 달아실시선 03, [온다는 것] 출간

서울에도 오랜만에 눈다운 눈이 왔다. 눈과 관련된 시를 생각하다 봄은 아직 멀었지만 봄눈을 생각하며 달아실 시선 3번째 시집 김영삼 시인의 <온다는 것>에 실린 표제 시 <온다는 것>을 올린다.

김영삼 시인은 나 와 같은 강원도 삼척이 동향이다. 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분으로 지난번 2018년 10월 나의 시집<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 출판기념 모임 다음날 박제영 시인과 함께 강릉에서 곰치 해장국을 먹은 적 있다.

시인은 52세의 늦은 나이인 201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지만 2017년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첫 시집을 출간했다. 오랫동안 시를 써온 시인의 시속에는 오랜 세월 담금질되어 온 내공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진눈깨비가 안개비처럼 온다

처마에서 띄엄띄엄 지시랑 물 떨어지고

장독대는 소금 푸다 흘린 듯 희끗희끗하다

오랫동안 바싹 마른 몸들이 촉촉하여진다

온다는 것은 이렇게 생기가 돌게 하는구나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온다는 것은 이렇게 몸을 일으켜 세우게 하는구나

분별하기 어려운 미세한 입자들 보고 있자니

이제는 내 안으로도 온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멀리 떠난 것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 하고 아주 보낸 것들이

곱게 빻은 뼛가루를 뿌리듯이 온다

온전한 몸으로는 올 수도, 볼 수도 없으려니

비인 듯 눈인 듯

어슴푸레 와서 그냥 젖으니 좋다.

요렇게만 오신다면

밤새 쌓여 허리가 푹푹 빠져도 얼지는 않겠다

-김영삼 시인의<온다는 것>전문

문태준 시인은 "김영삼 시인은 감각이 아주 예민하다. 특히 씨앗 고르듯이 소리를 잘 감별한다. 목련이 피었다 지는 열흘의 일을 상세하게 알아 시를 쓰고, 한 척의 배처럼 세파에 일렁이며 시를 쓴다. 김영삼의 시는 바람의 속살을 살살 만져 해풍의 염도를 잴 줄 아는 구룡포 할머니처럼 연륜이 느껴진다"라고 한다

김영삼 시인의 몸 어딘가엔 “노력”이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을 듯하고, 생의 처서가 훨씬 지났음에도 비워야 할 몸속울음이 아직도 많이 남아 “왕매미처럼 운다"라고 노래한다. 누군가를 기다려 온 오랜 기다림이나 그리움을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시인의 시는 봄눈처럼 다가온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멀리 떠난 것들이/다시는 돌아오지 말라 하고 아주 보낸 것들이/곱게 빻은 뼛가루를 뿌리듯이 온다”<온다는 것은> “말랑한 몸이 투명한 말인/물방울같이“<물방울같이>다가와 메마른 우리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2023.12.30/kimseonbi/김승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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