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눈 내리는 날 소개할 만한 시가 어떤 시가 있을까 생각하다 20대인 1980년대 말에 썼던 나의 시 <나와 마을로 가는 열차-샤갈의 마을을 지나>라는 제목의 시를 소개한다. 이 시는 청량리역에서 동해시까지 가는 야간열차를 타고 가면서 느꼈던 감정을 시로 옮긴 작품이다.
지금은 KTX 고속철도의 등장 이후 야간열차 운행이 모두 중단되었지만, 당시엔 영동 지방에서 서울로 여행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태백선이다. 이 열차는 밤 11시쯤 출발하여 원주, 제천, 봉화, 태백, 도계, 동해, 강릉에 이르기까지 다음날 아침 새벽 6시 무렵까지 4개의 자방 자치도를 넘나드는 노선으로서 다양한 직업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기차다.
나는 어린 시절 광산촌인 철암, 도계, 태백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기억이 있다. 태백시는 한때 개들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호황이던 시절이 있었으나 80년대 이후 몰락하여 80년대 사북 광부 파업 사태, 그 후 탄광 지역 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개설된 카지노 개설 등으로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 사람들의 굴곡진 삶을 읽을 수 있는 지역이다.
서울 강릉 간 KTX 고속철도가 개통되기 전 나는 눈 오는 겨울에 이 열차를 타면 프랑스의 표현주의 화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나와 마을>에 그려진 푸른 얼굴의 사내를 떠올리곤 했다. 나는 차창을 통한 굴절된 프리즘으로 빛을 분해하듯 우리 사회의 굴곡지고 왜곡된 삶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2024.01.01/김승하시인/kimseo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