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시의 감동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글을 쓰면서 시의 감동은 겨자씨처럼 아주 작은 감동에서 시작하지만 상처받기 쉬운 시인의 예민한 가슴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현과 같은 것이어서 누구보다 깨끗한 심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좋은 시를 쓰려면 시인은 맑은 심성을 다스려야 하지만 좀 더 방법론적으로 접근했을 때 시의 감동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최근에 읽은 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의<리얼리티 트랜 서핑>에서, 이 세상은 에너지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물질이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유도 전이 현상이 생각만으로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현실 세계는 에너지 밀집도가 높아 유도전이가 늦게 일어나고. 거울과 같은 환상의 세계, 즉 상상의 세계는 에너지 밀집도가 낮아 쉽게 유도전이가 일어 나기 쉽다고 한다.
인간의 사유 또한 에너지의 파동인 까닭에 현실적인 내용의 수필, 기행문, 소설, 등이 비교적 긴 스토리로 구성되는 것 또한 현실에 대한 인식의 에너지 밀집도가 높아 유도전이 가 쉽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긴 문장으로 쓰게 되는 것이며, 시가 다른 장르 보다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었음에도 감동의 진폭이 큰 것은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은 상상력의 산출물인 메타포(metaphor)나 풍자와 우화 등의 알레고리(allegory)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 감동의 진폭이 크게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은 상상 속의 가상공간인 매트릭스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상의 세계 속에서 인간은 이성보다는 욕망에 기초해 살아 간다. 욕망은 끝없이 이어지는 삶의 에너지이기도 하지만, 그 존재의 끝은 슬픔이며 결국 모든 인간은 죽음에 이르게 되어있다. 죽음은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피할 수 없는 확실한 사실이다.
이러한 존재론적 불확실성이 시인으로 하여금 주변 세계와의 대화를 모색하게 되었으며, 존재의 의미(meaning) 찾기로서 인간과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부정, 거부 등으로 인식된 슬픔의 모든 사유의 측면을 돌아보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내면의 거울에 비친 대상(객체)에 대해 노래하게 된다. 즉, 시인은 자신만의 창조적 은유를 통해 거울 속 상상의 사물을 현실적 의미로 환치하여, 일종의 유도전이 현상에 의한 감동의 에너지 파동을 극대화 하게되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시인들의 작품에서 메타포(metaphor)나 알레고리(allegory)를 통해 존재의 슬픔을 표현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으며, 좋은 작품들은 슬픔과 함께 실존적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결국 시는 슬픔 뿐만 아니라 사회적 활동 과정에서 인식(cognition) 되고 지각(perception) 된 감각의 내재적 존재론적 의미(meaning)를 함께 내포하였을 때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시적 감동을 위한 에너지 파동의 진폭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23.12.31/김승하시인/kimseo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