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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무리

오늘의 시낭송

by 김승하


https://youtube.com/shorts/ffB0S0JjocM?si=nrNYqfjo2UpJQmr5

달무리2.png


할머니 한 올 한 올 달빛을 풀어

물레 돌리시던 밤

하얀 베적삼 옷섶 스미던 눈물일런가


내 유년의 오랜 기억 속

구슬픈 남도 창 한가락

밤송이 빈 껍질 속에 잠긴 달무리


할머니 대지팡이 짚고 떠나신 뒤,

해소병을 앓던 어머님 잔기침 소리

처마 끝에 떨어지고


풀물처럼 온몸에 신경이 돋아

오죽烏竹 마디마디 잠긴 그믐

개천에는 목화 타래 달빛을 물고 달아난

은어銀魚 떼,

은빛 화살이 되어 돌아오지 않고


세상의 깊이를 재며 건너온 만월

달빛의 머리칼을 풀고,

바람의 가지 끝

이우는 감꽃 잎 터는 달무리


수틀 속에 피던 누이의 꿈일런가

한 땀 한 땀 달빛을 엮어

누이의 고운 얼굴 색실에 뜨이는 밤


내 유년의 오랜 기억 속

호롱불에 그을린 달무리

시:김승하/시집,달아실시선09[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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