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낭송
https://youtube.com/shorts/JwW2Xc5wvuQ?si=QO-gWwNYGSxWS3zr
그녀는 이집트의 여신 누트 Nute*를 닮았어요
동이 트고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면
그녀는 자명종 대신 새들의 지저귐에 게으른 잠을 깨죠.
우유 목욕을 마친 뒤, 진주를 녹여 만든 음료를 홀짝이며
붉은 입술 더욱 불타오르게 하고
손톱과 발톱에는 검은 매니큐어를 칠하죠.
누트를 닮은 그녀는 튜닉tunic*을 즐겨 입고
머리에는 햇살 담은 핏빛 루비를 꽂고,
배꼽에는 은밀한 별빛의 사파이어를 숨겼어요.
그녀만의 향수를 살짝 바른 귓불에는
말할 때마다 귀고리가 이슬처럼 반짝이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찌가 종처럼 찰랑거리죠.
브런치를 즐겨먹는 그녀는 점심때가 되면
주로 파스타나 피자를 먹어요.
음식을 먹는다기 보다 맛을 볼 뿐이지만
오독오독 어금니에 씹히는 딱딱한 콩이나
야채의 음산한 소리를 싫어해서
피자와 먹는 샐러드는 채소의 부드러운 속잎만 먹어요.
여신을 닮아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그녀가 가끔 지중해로 배낭여행을 떠날 때면
루트lute*를 연주하는 그녀를 상상합니다.
가늘고 투명한 손가락의 긴 손톱으로 현을 어루만지는
그녀를 상상하며 황홀감을 느낍니다.
저녁놀 속 발돋움으로 길어진 그림자처럼,
발코니 난간에 기대어 서쪽 하늘 바라보는
그녀는 숨을 쉰 다기 보다 가볍게 몸을 떨뿐이죠.
어둠이 밀려와 구름마저 삼킨 밤이 오면
루비나 사파이어처럼, 내가 좋아하는 별이 되어 반짝이는,
그녀는 이집트의 여신 누트 Nut를 닮았어요.
*누트 Nut:이집트의 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여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사람을 찾습니다>의 주인공
*튜닉 tunic:소매가 없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여성의 헐렁한 웃옷
*류트 Lute:만돌린과 비슷한 서양의 가장 오래된 현악기
시작 노트: "누트를 닮은 여인"을 읽는 당신께
이 시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 [사람을 찾습니다]에 등장하는 인물, ‘누트’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산문시입니다. 이집트 신화 속 하늘의 여신 ‘누트’처럼, 현대 여성들의 자유롭고 매혹적인 이 상상을 투영한 한 여인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누트"를 이상형으로 하는 한 남자의 시선으로 여성상을 그려 보았지요. 어쩌면 현대의 남녀들이 지나치게 이상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자명종 대신 새소리에 눈을 뜨고, 진주를 녹인 음료를 마시며, 붉은 루비를 머리에 꽂고 나타납니다. 이런 여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살고 있는 ‘이상향’일지도 모릅니다.
이 시는 그런 이상과 현실 사이의 어긋남,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환상과 동경을 담담히 그린 시입니다. 시 속 화자의 시선이 곧 당신의 시선이 아닌가 되돌아보시길 바라며, 그 이상이 진짜 사랑을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잠시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05.23.,김승하,kimseo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