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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미광수 시인

오늘의 시낭송

by 김승하


https://youtube.com/shorts/hY2a6MBrvhI?si=kYx4AUnlo8Xyu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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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꼭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아니더라도

양철로 된 귀걸이나 목걸이, 반지, 팔찌를

주렁주렁 늘어뜨린 여자는 아름답다

화장을 많이 한 여자는 더욱더 아름답다

덕지덕지 바른 한 파운드의 분 아래서

순수한 얼굴은 보석처럼 빛난다

아무 것도 치장하지 않거나 화장기가 없는 여인은

훨씬 덜 순수해 보인다 거짓 같다

감추려 하는 표정이 없이 너무 적나라하게 자신에 넘쳐

나를 압도한다 뻔뻔스런 독재자처럼

적처럼 속물주의적 애국자처럼

화장한 여인의 얼굴에선 여인의 본능이 빛처럼 흐르고

더 호소적이다 모든 외로운 남성들에게

한층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가끔씩 눈물이 화장 위에 얼룩져 흐를 때

나는 더욱 감상적으로 슬퍼져서 여인이 사랑스럽다

현실적, 현실적으로 되어

나도 화장을 하고 싶다

분으로 덕지덕지 얼굴을 가리고 싶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라도 하여

내 몸을 주렁주렁 감싸 안고 싶다

현실적으로

진짜 현실적으로

시;심상출판사, 마광수시선,[광마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읽으며


마광수 시인의 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1979년 심상지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당시엔 시 제목부터 많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였던 시인입니다. 사회적 통념적으로 '야하다'는 단어가 가진 도발성과 선정성이 곧장 눈에 들어오지만, 시를 끝까지 읽다 보면 그것이 단순한 성적 취향의 고백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통념과 위선에 대한 정면 비판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시는 치장하고 화장한 여성을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양철로 된 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단 여인, 한 파운드의 분을 덕지덕지 바른 얼굴이 오히려 '순수'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역설입니다.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순수함으로 오해하며, 꾸밈을 허위로 규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마광수 시인은 그 이면을 들춰내며 말합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오히려 감추는 것 없이 드러나기에 더 독재적이고 뻔뻔해 보일 수 있다고. 이는 우리가 진실이라 여기는 것이 실은 다른 형태의 가식일 수 있다는 역설적 진실을 말합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가 가진 힘은 바로 그런 솔직한 반어에서 나옵니다. 그는 '야함'이라는 단어에 우리 사회가 덧씌운 도덕적 잣대를 걷어내고, 그것을 하나의 인간적인 감각으로 끌어올리고자 했습니다. 화장한 여인이 오히려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가 감각의 세계에 충실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눈물이 화장 위로 얼룩질 때조차, 그녀는 삶을 견디고 사랑을 표현하는 존재로 더욱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더 인상적인 것은 시인의 고백입니다. 자신도 그렇게 치장하고, 감싸이고 싶다고. 이때 우리는 이 시가 단지 여성에 대한 욕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된 자아의 회복을 말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화장은 자기표현의 자유요, 외로운 인간의 방패이며, 치유의 한 방식입니다. 시인은 그 방식에 동참하고 싶다고 고백하며, 감각을 통한 해방을 꿈꿉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육체와 감각, 꾸밈과 표현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선언입니다. 마광수 시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시 역시 우리에게 도발적으로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얼마나 진실하게 살고 있느냐고. 당신은 ‘야함’을 얼마나 솔직히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자극적인 제목 넘어, 이 시는 인간 본연의 욕망과 진실, 감각의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서늘하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시를 읽는 당신도 조용히 거울을 들여다보세요. ‘나는 지금 얼마나 꾸미고 있는가, 혹은 얼마나 감추고 있는가?’ 자신을 되돌아보시길 바랍니다 .김승하/kimseo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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