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낭송
https://youtube.com/shorts/8lASWiyiyXY?si=ZESmZMaqEB6yUURJ
아침 산책길에 만난 거미 한 마리
지난밤 달빛을 풀어 엮은 거미집
아무것도 없이 혼자 매달려 있다
발아래는 천 길 벼랑
더 이상 높이 오를 곳 없는 허공
지난밤 별빛을 모아 걸어 놓은 것일까
아침 이슬 반짝이는 나무가지 사이
날실과 씨줄 인연 엮어
걸어 놓은 투명한 거미집
얼마나 오랫동안 덫을 놓고 독을 품었을까
자신이 옭아맨 덫
자신이 갇혔음을 깨달은 것일까
세상은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이슬일 뿐이라고
나뭇가지 사이, 흔들리는 나뭇잎
보호색 保護色으로 자신을 지우고 있다.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허공에 매달린 채 가부좌를 틀고 있다.
오늘의 낭송시는 「호랑거미」입니다.
어느 날 아침 산책길에, 허공에 걸린 거미줄 하나를 보았습니다.
그 조그마한 몸 하나로 밤새 달빛과 별빛을 엮어 만든 듯한 투명한 거미집, 아무것도 없이 혼자 허공에 매달려 있었지요.
그 모습이 자꾸만 인간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망으로 덫을 놓고, 관계의 실타래를 엮으며 살아가지만, 결국 그물 속에 갇히는 건 어쩌면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잠시 반짝이는 이슬일 뿐이라는 듯, 거미는 마치 고요한 선승처럼 허공에 매달려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진리를 되새기며 가부좌를 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는 단지 한 마리 곤충을 관찰한 기록이 아니라, 욕망과 고독, 존재의 무상성,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지워가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묵상입니다.2025.07.22./김승하/kimseo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