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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1

오늘의 시낭송

by 김승하


https://youtube.com/shorts/xjWVlnQvjms?si=9lDevHDscebqm6pH

그녀가 지날 때 스치는 장미향은

더 이상 사랑을 품고 있지 않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그녀는 살을 찢고

턱관절을 깎아내는 아픔쯤은 쉽게 참을 수 있다

폐경기가 지난 그녀의 얼굴은 긴장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보톡스를 맞으면

주름진 고민은 평평해 질것이지만

실리콘 가슴으로 가려진 사랑은

언젠가 인공심장을 필요로 할 것이다.

방전된 배터리를 갈아 끼우듯

그녀의 사랑은 쉽게 바뀔 것이다.

그때 인공렌즈를 삽입한 눈은 쉽게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인공눈물 몇 방울 넣어주면

다시 샛별처럼 반짝일 수 있을까.

그녀는 요즘 아침에 생각했던 일이

오후에 잘 생각나지 않는 일이 잦아졌지만,

고급식당이나 공연장을 출입할 때

자신의 신분 과시용으로 생체 칩 이식을 고려하고 있다.

조금씩 섬세한 사랑의 표정을 잃어가는

그녀는 사이보그로 퇴화하고 있다


사이보그5.png

시작 노트: 「사이보그 1」


저는 윤회라는 것을 믿으며, 인간은 전생의 삶에서 쌓인 복과 인과응보에 따라 다시 태어날 때 삶의 조건이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시작하는 환생은, 불편하고 차갑게 개조된 사이보그의 연명보다 더 인간적이고 온전할 수 있습니다. 시 속의 ‘그녀’는 외모와 지위를 위해 몸을 끊임없이 고치고, 인공 장치에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렇게 연장된 생이 과연 행복과 사랑을 보장할까요? 아무리 외모를 고쳐도 사람의 본성은 감출 수 없을 뿐 아니라, 사랑의 섬세한 표정을 잃어가고, 감정이 기계처럼 메마른 순간,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 퇴화이며, 새로운 업을 쌓을 뿐입니다.. 이 시는 기술 문명과 인간성의 경계에서, 미래의 언젠가 우리가 선택해야 할 삶을 묻는 질문입니다. 2025.08.13.,김승하,kimseo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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