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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편지를 쓰는 이유

수필

by 선옥

어머니는 내게 신앙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내가 아팠을 때, 어머니는 한결같이 곁을 지켜주셨고, 간병을 해주시며 나는 자연스럽게 어머니께 많은 부분을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나는 끝없는 사랑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시간이 마냥 따뜻하고 행복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머니와 나는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고, 때로는 각자의 인생이 무너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누가 잘못했느냐를 떠나, 가족이란 존재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어머니는 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하셨고, 그 헌신은 때로 본인의 인생을 부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삶 위에 놓인 내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때때로 ‘보잘것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조금씩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이나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신 어머니는, 이제는 오히려 내가 지켜드려야 할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예전엔 강인하다고만 생각했던 어머니였지만, 돌이켜 보면 그때도 어머니는 단지 지금의 당신보다 젊었을 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던 한 여인이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나는 내 병 자체를 받아들이기도 힘들었고,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내가 입원한 그 순간부터 병원생활은 물론, 가정과 생계까지 모두 감당하셨습니다.
나는 침대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어머니의 건강을 챙기고, 어머니가 처리하지 못하는 일들을 대신할 만큼 자라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어머니가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이야기를 들어줄 어머니가 필요하고
내가 원하던 목표를 이뤘을 때, 그 기쁨을 함께 나눠줄 어머니가 필요합니다.
내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줄, 그런 어머니가 내겐 여전히 필요합니다.

요즘 우리 집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어머니는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일하시고
나는 새벽부터 출근하다 보니, 어머니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내가 출근해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그 속에서 어떤 감정들이 일어났는지,
어머니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 편지에는 어머니께 직접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담길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쓰는 일이 내 마음을 다잡는 위로가 되길 바라며,
언젠가 우리 형편이 나아진다면 이 글들이 어머니께 닿기를, 그때는 이 모든 마음을 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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