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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수영 강습 전 보이는 것들

오늘 날이 참 춥지요?

by 선옥

평일 오전 6시 수영 강습을 하기 위해 늦어도 집에서 5시 40분에는 나와야 하는데 침대 속에서는 왜 그렇게 더 꾸물거리는지 5분만 더를 나에게 외치다 6시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 강습 전 준비운동을 늦게 시작하니 여간 회원님들 눈치 보이는게 아니더라고요.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에게 5분의 단잠이 소중하기야 하다지만 일을 하는 입장에서 늦으면 안되기에 어차피 일찍 일어나는거 조금 덜 자고 더 일찍 일어나자라는 생각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나 5시 15분에 집을 나서기 시작한지 2주정도가 되었습니다. 5시 30분에 도착한 수영장의 복도는 최소한의 불만 켜져 있고 이제 막 문을 연 직원 한분만 계시지만 새벽에 오는 회원님들 따뜻하시라고 밤새 틀어져 있던 히터의 온기 덕에 그 어둡고 찬 새벽 공기에도 수영장 복도는 따뜻하게만 느껴집니다.


수영장 탈의실로 들어서면 커다란 평상이 있는데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저는 아직 움크려든 제 몸을 꺠우듯 스트레칭을 하고 이내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김창완 밴드의 김창완님께서 라디오 디제이를 하며 매일 아침 직접 쓴 대본을 모아 놓은 김창완의 에세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읽다보면 저절로 김창완님의 목소리가 떠올라 꼭 읽는 라디오 같더라고요.


그렇게 5분정도를 읽고 있으면 5시40분부터 회원님들께서 하나, 둘 탈의실로 들어오시기 시작하십니다. 저야 일 때문에 강제로 일어난다 치지만 순전히 본인들의 의지로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들 오시는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에서 김창완님께서 오늘 날이 참 춥지요? 라고 안부 인사를 건네는 이 말 속에 날이 참 추운데 밤새 안녕하셨냐? 출근 길 안전하게 잘 오셨냐 같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얼마나 따뜻한 말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참 맞는 말씀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수영장 문을 오픈하려고 남들보다 더 일찍 출근하시는 데스크 담당 선생님께 날이 너무 춥네요.라며 인사를 건네고 평상에서 책을 읽다 회원님들이 오시면 목인사를 건네며 날이 참 춥습니다. 라고 인사를 드리면 하나같이 다들 따뜻한 말투로 공감을 해주시더라고요. 어디 그뿐이였게요. 어느 한 회원님께서는 본인이 중국 사막지역으로 일평생 일을 하다 정년 퇴직 후 한국에 들어와 사는데 아니 글쎄 그곳의 겨울 날씨는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는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그 회원님께서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오셨구나 라는것도 알게 되고 또 한분은 제가 평상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곤 '강사님, 정말 행복한 사람이신거 같아요.' 라며 덕담? 아닌 덕담까지 해주셨습니다.


20분 정도 책을 읽으면 시간이 어느덧 6시 가까이 다가와 체조 할 준비를 주섬주섬하기 시작하는데 책을 읽으러 수영장에 들어온 시점부터 체조하러 가는 시간까지 참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곤 합니다. 새벽부터 일찍 출근해 책을 읽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기특해 보이시는지 흐뭇한 미소로 제게 인사를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제게 인사를 건네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떻게 보면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또 별거 아닌 책 읽기 하나에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듣고 웃음을 받는 이 새벽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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