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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하나가 내 밥값보다 비싸?!

녀석 참 예쁘기도 하지

by 선옥

어린이 수영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싸온 저녁을 먹고 수업을 가려고 서둘러 씻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평소에는 탕에서 혼자 노느라 늦게서야 나오던 녀석이 왠일로 빨리 나와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더라고요. 이녀석이 수영 수업을 할 때에 가끔씩 아버지가 자유수영을 오셔서 종종인사를 드리고 아버지가 오시지 않는 날에는 어머니가 밖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어 어머니께도 인사를 드리는데 오늘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안오셔서 아이에게 오늘은 엄마 아빠가 집에서 기다리냐 물어보니 동생이 수술로 입원을 해 엄마는 동생이랑 병원에 있고 아빠는 일이 안끝나 집에가면 혼자 있다고 하더군요.


수업시간 내내 물장난 치느라 수업은 열심히 듣지 않지만 저를 곧잘 따라서 예뻐하던 아이이기도 동생의 간병으로 집에 혼자 있을 녀석의 모습이 눈에 밟혀 선생님이 진우 아이스크림 사줄까? 라고 하니 진짜요? 네! 라고 바로 대답을 하며 에쁜 웃음을 활짝 보이는게 참 예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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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다른 아이들은 먼저 집에 가고 아무도 없었겠다 '선생님이 진우만 사주는거니깐 다른 친구들한테는 비밀이야.'라고 이야기 한 뒤 수영장을 나와 진우의 귀여운 초록색 킥보드를 들고 편의점으로 향하였습니다.

편의점에 들어서자 진우 크고 말똥말똥한 눈동자로 진열되어있는 초콜릿을 집었다가 이내 곧 내려 놓더라고요. '진우야 초콜릿 먹고싶으면 초콜릿 먹어도 돼.'라고 말하자 솔깃했는지 초콜릿을 고르려다 이건 너무 비싸다며 이내 내려 놓고 아이스크림으로 향하더군요. 저는 뭐 비싸야 초콜릿이겠지 하고 가격을 봤는데 8,000원이라고 적혀 있는게 아니겠어요. 아니 한박스 가격인건가 싶어 가격표를 다시 보았지만 초콜릿 하나에 8,000원이 맞더군요. '바깥에서 사먹는 제 식사 7,000원이 아쉬워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데 이 초콜릿이 뭐라고 8,000원씩이나 한담..'

KakaoTalk_20250115_223512698.jpg 무슨 유튜브가 나와 이걸 대량으로 사서 나눠 줬다 하는데 뭔지 모르겠다.


진우는 아이스크림이 진열되어 있는 냉동고에서 두개 아이스크림을 한참 고민하더니 하나를 골라 제게 이걸 먹겠다 하는데 그깟 아이스크림 두개다 먹지 제 눈치 본다고 하나만 고르는 녀석의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귀엽던지요. '진우야 아이스크림 두개 먹어도 돼 두개 다 골라.' 하니 신이 난 모습으로 '그래도 돼요?' 라며 아이스크림을 두개 골라 계산대로 가려는데 가는길 아까 그 초콜릿이 눈에 밟히는지 또 빤히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치더군요. 제가 사주겠다 했지만 받는 입장에서 본인딴에는 비싼 초콜릿을 사달라 하지는 못하겠고 아이스크림도 두개다 먹고 싶지만 참고 한개만 고르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고 예쁩니까.


'진우야 초콜릿도 먹어 대신 선생님도 한입만 줘봐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 라고 하니깐 그제서야 무슨 맛 초콜릿을 먹을지 고르더라고요. 초콜릿 하나, 아이스크림 두개 해서 1만원이 넘는 가격에 저는 제가 먹을 아이스크림은 고르지 않고 진우것만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진우가 나눠준 초콜릿을 조금 얻어 먹었습니다.


제 입맛에는 마냥 달기만 하고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는 초콜릿을 진우는 참 맛있게도 먹더랍니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초콜릿을 제가 달라고 하니 순순히 주던 모습조차도 얼마나 예쁘던지. 새벽부터 일을 나와 저녁에 또 수영장으로 출근하는 몸과 눈꺼풀은 천근만근이지만 이렇게 아이들의 모습 덕분에 한겨울에도 제 마음은 따뜻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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