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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차 - 아싸인 나에게 sns는 너무 폭력적

최근 누군가에게 서운했던 기억이 있다면 무엇이었나?

by 선옥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관계중심형의 sns를 하지 않는다. 버디버디 시절을 지나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까지도 했지만 인스타그램을 삭제한 지 1년이 더 되어간다.


현재 진행형이다만, 작년 초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삶이 급변하였다. 하던 공부는 그만두게 되었고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커피를 좋아해 로스터리 카페를 찾아다니고, 시간이 나면 혼자 드라이브도 즐겼지만, 어느 순간 커피 한 잔, 짧은 외출조차 사치가 되어버렸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마음으론 알고 말은 쉽지만, 막상 생활이 무너지자 자존감도 함께 무너졌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그 속에서 웃고 떠드는 것도 버거워졌다. 그런 내가 화려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SNS에 올리는 일은 위선처럼 느껴졌다. 내 일상을 SNS에 올림으로써 실체 없는 부러움을 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정작 그 뒤에 몰려오는 공허함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그 무렵부터 사람을 점점 덜 만나게 되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기름값조차 아까운 시기였지만, 그래도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한 몇몇과의 만남은 무리를 해서라도 이어갔다. 내가 처한 상황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저 예전처럼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려 애썼다. 내가 마음을 쏟은 만큼, 그들도 나를 소중히 여길 거라 믿었다.


그러던 중,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던 사람과의 약속이 있었다. 두 달 전부터 그날을 위해 일정을 비워두었고, 기대와 설렘으로 오랜만의 만남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약속 시간보다 한참 늦게 도착했고, 본인이 취할 것들이 다 끝나자 뒤에 일정이 있다며 식사도 함께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날 밤, 그의 SNS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술자리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에게 나는, 그저 지나가는 스케줄 중 하나였다는 걸. 거창한 보답을 바란게 아니라, 상대방도 나에게 조금의 진심이길 바란 마음뿐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 기대가 어리석었다.


SNS 속에서도 ‘관계’를 지속하려 애썼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좋아요 수, 스토리 조회자 목록, 댓글 수, 친한 친구 설정까지 이 모든 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물론, 나를 아껴주는 고마운 이들이 더 많다. 그러나 이런 상처에 자꾸 마음이 닿는 내가 싫었다. 내가 유난한 걸까, 내가 유독 예민한 걸까. 그런 생각 속에 스스로를 자책했다.


누군가는 SNS로 삶을 기록하고,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를 증명한다. 하지만 내겐 SNS가 집착이었고, 번뇌였다. 사소한 일 하나에 상처받고 집착하는 내가 싫어, 나는 SNS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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