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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 돔과 에너지 돔

응원봉

나는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의 일생’을 읽는다. 이 책은 사람에 대한 전기가 아니고, 아인슈타인이 창안한 ‘E=mc2’에 대한 전기다.

나는 2006년 특허청 심사관으로 근무하기 전에는 아인슈타인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스위스 특허청의 심사관으로 근무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왠지 모르게 아인슈타인이 내 직장 선배로 느껴졌다. 아인슈타인과 나는 100여 년의 시간적 간극을 두고 1905년 경에, 내가 근무하는 대전에서 9,000km의 떨어진 베른에서, 특수 상대성 이론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E=mc2’이라는 방정식을 생각해 냈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단서를 객관적으로 올바른지 평가할 수 있어, 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정의가 언제든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수용한다. 당시에는 수학을 하려면 종이, 펜, 쓰레기통이 있어야 하지만, 철학을 하려면 종이와 펜으로 충분하다는 격언이 통용되고 있었다.

철학은 연역적인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어서, 언제나 대전제에 결론이 포함되므로, 종이와 펜으로 충분하지만, 수학은 귀납적인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어서, 항상 개별 요소에서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결론을 수정할 수 있도록 종이와 펜 이외에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사람은 죽는다(대전제), 공자는 사람이다(소전제), 그러므로 공자는 죽는다(결론)로 구성되는 연역적인 방법의 대전제에는 결론이 포함되어 있어, 쓰레기통이 필요하지 않다.

반면에, 갑은 암으로 죽었다(개별 요소 1), 을도 암으로 죽었다(개별 요소 2), 병도 암으로 죽었다(개별 요소 3), 사람들은 암으로 죽을 것이다(결론)로 구성되는 귀납적인 방법의 결론에는 오류가 존재하므로, 이러한 결론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쓰레기통이 있어야만 한다.

아인슈타인이 공부하던 1890년대에는 에너지와 질량이 돔으로 분리된 별개의 도시처럼 취급되었다. 에너지 돔은 불, 전지, 섬광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질량 돔은 나무, 바위, 행성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완전히 고립된 별개의 두 도시가 영화 ‘사랑과 영혼’의 남자 주인공 패트릭 스웨즈가 연인인 데미 무어를 만나기 위해서 벽을 통과하듯이, 아인슈타인은 질량 돔과 에너지 돔 사이에 터널을 뚫은 것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귀족들은 그를 질투하여,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며 비아냥거렸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콜럼버스의 달걀’ 일화가 나온다. 사후적으로 보면 매우 당연해 보이지만, 평범한 물리학자는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발상의 전환으로 아인슈타인만이 에너지와 질량을 연결하는 방정식 ‘E=mc2’을 생각해 낸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 강한 핵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중력 중에서 강한 핵력이나 약한 핵력은 원자 내에 존재하는 것이어서, 인간의 영역과는 무관하며, 중력은 전자기력에 비해서 10-36배여서 인간의 감각으로는 유일하게 전기장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패러데이는 전기장의 형상을 고민했다.

한편, 패러데이가 전기와 자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이자, 당시의 과학자들은 형태가 다른 에너지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마침내 태초에 신이 창조한 에너지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완성한다.

라부아지에는 모든 물체는 ‘질량’을 가지며, 물질의 부분들이 결합하고 분리되는 방식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밝혀냄으로써, 질량 보존의 법칙을 확립한다. 그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통해서 지구의 방대한 물리적 대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라부아지에는 프랑스 대혁명의 피바람을 피해 가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두 도시의 이야기’에는 프랑스 대혁명 이전에 자신의 오빠를 죽인 귀족에 대한 복수심으로 조금이라도 관련되는 귀족은 하나도 빠짐없이 단두대로 보내려는 드파르주 부인이 증오심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여기에서, 디킨스는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파리를 자코뱅당이 장악하여 광기로 가득 찬 피바다의 세계로 묘사하지만, 런던은 평화롭고 안락하게 그리면서, 혁명의 광기에 지친 프랑스 귀족들이 파리를 떠나 런던에 정착하고 싶어 하는 것을 부각한다. ‘두 도시의 이야기’에서 남자 주인공은 파리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하지만, 라부아지에는 한마디의 발언도 하지 못한 채, 가파른 계단을 지나 단두대에서 속절없이 처형된다.

아인슈타인은 에너지와 질량의 변환 인자가 빛의 속도임을 눈치채고 빛의 속도에 주목한다. 빛의 속도는 300,000km/sec이다. 너무 빨라서 감이 오지 않는다. 어릴 때 봤던 슈퍼맨은 빛의 속도로 날아다녀서 지구를 1초마다 7바퀴 반을 돈다고 이야기한다.

이번에는 태양까지의 여행을 가정해 보자. 태양까지의 거리는 150,000,000km이다. 태양을 떠난 빛은 지구에 500초 후에 도달한다. 서울에서 300km/h의 속도로 달리는 고속열차를 타고 태양으로 여행한다. 태양에는 500,000시간 후에 도착한다. 3살짜리 꼬마가 이 고속열차에 탔다면, 태양에 도착해서는 환갑잔치를 하게 된다.

입자 가속기의 양성자에 에너지가 투입되면, 양성자의 질량은 초기의 두 배가 될 때까지 부풀어 오르다가, 양성자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비슷한 수준까지 되면, 양성자의 질량은 초기보다 500배 무거워진다. 아인슈타인이 창안한 ‘E=mc2’처럼, 에너지는 질량으로 변환되고, 질량은 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이다.

라부아지에는 질량이라는 진리만을 보았고, 패러데이는 에너지라는 진리만을 보았다. 이러한 일부의 진리를 토대로 19세기의 과학자들은 질량 보존의 법칙과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확립했고, 두 법칙 사이에는 터널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다만, 19세기에는 물리학자들이 평소에 경험하는 속도가 빛의 속도에 비해서 너무 느렸기 때문에, 에너지와 질량이 상호 변환된다는 것을 상상하지도알아보지도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19세기 두 개의 기둥과도 같은 보존의 법칙을 ‘E=mc2’이라는 방정식으로 통합하여 통찰한다. 에너지와 질량 둘 다 보존되지 않지만, 에너지와 질량의 합은 보존된다는 심오한 통일성을 제시한다.

아인슈타인은 당시의 엄청난 석학들이 확립해 놓은 법칙들에 얽매이지 않고, 그러한 법칙에 포함되는 정의가 얼마나 임의적인지를 간파하고, 우주의 아름다운 질서를 설명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통일성을 제시한 것이 놀랍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기존의 법칙에 확신하며, 에너지 돔이나 질량 돔에 갇혀, 의미 없는 연구만을 수행했을 뿐이지만,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하려면 종이, 펜, 쓰레기통이 있어야 한다는 격언을 충실하게 지키면서, 획기적인 방정식 ‘E=mc2’을 창안한다.

나는 1990년 중반에 ‘엠씨스퀘어’라는 집중력 학습기를 인상적으로 봤다. 하지만 ‘엠씨스퀘어’에 포함되어 있는 심오한 의미는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상품의 브랜드로만 받아들였다. 이제야, ‘엠씨스퀘어’는 나에게로 와서, 잊힐 수 없는 엄청난 꽃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의 일생: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김희봉 옮김/웅진 지식하우스/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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