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지식인

창작 편집

2026년 1월 2일 정준희 교수는 유튜브 프로그램 ‘논’에서 저항적인 지식인의 화두를 던진다. 평소 지식인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했던 유상은 자신에게 반문한다. “유상은 저항적인 지식일까?” 유상은 저항적인 지식인을 동경하며, 저항적인 지식인들이 쓴 책을 읽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행위를 따라 하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유상은 컨트리클럽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골프 플레이를, 먼발치에서 구경하는 갤러리처럼 살아왔다.


유상은 조지 오웰과 유시민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왜 쓰는가’나 ‘항소 이유서’를 탐독했다. 솔직히 유상은 권력의 핍박이 두려웠다. 그래서 그냥 그들의 저항을 경외할 뿐이었다. 유상은 대학 시절 저 멀리 시위를 구경하면서도, 앞장서서 저항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과감하게 던질 수 있을까 궁금해했다.


저항적인 지식인들은 돌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돌이 왜 거기 놓였는지를 끝까지 묻는 사람이다. 그들은 늘 불편하다. 이미 문장으로 굳어진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명령들,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 앞에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저항은 그들의 성격이 아니라, 그들이 사유한 뒤, 남는 잔향이다.


저항적인 지식인들은 권력의 반대편에 서기 위해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질문의 편에 선다. 누가 이 규칙을 만들었는지, 이 침묵이 누구에 유리한지, 이 합의에서 빠져 있는 이름은 누구인지. 이 질문이 권력을 불편하게 만들 때, 사람들은 그들을 “저항적”이라 부른다.


그들은 거리에서 가장 앞에 서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언어의 경계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단어 하나가 사람을 배제할 때, 통계 하나가 고통을 가릴 때, 이론 하나가 현실을 대신하려 들 때, 그들은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말한다. “아직 설명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다”라고.


저항적인 지식인들은 자기편을 쉽게 만들지 않는다. 자기 진영조차 의심하고, 자기 언어마저 점검한다. 그래서 그들은 외롭다. 그러나 그 외로움은 사유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무엇보다, 저항적인 지식인들은 확신을 조금 덜어내고, 의심이 숨 쉴 틈을 남긴다. 그래서 그들은 혁명가이기보다 균열을 만드는 사람이다. 완성된 세계에 아직 덜 말해진 문장을 하나 끼워 넣는 사람.


유상의 뇌리에는 ‘항소 이유서’의 맨 마지막 문장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유상이 처음으로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감정이 바깥으로 흘러나오지 않는 상태일까’, 아니면 ‘그저 견디고만 있는 것일까’라고 고민했다.


감정이 흘러나오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관찰한다. 자기감정을 바로 행동으로 바꾸지 않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선다. 그는 느끼되, 느낀다는 사실을 즉시 소비하지 않는다. 유상은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면, 사유로 변환되는 감정도 있고, 변환되지 못한 감정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상은 ‘사유로 변환되는 감정’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예술가가 일반인은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자신의 눈으로 본 단면을, 자신의 예술 작품을 통해서 제공하듯, 그는 파편적인 감정들이 구성하는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글을 쓴다.


그가 보여주려는 것은 완결된 서사가 아니다. 파편들 사이의 틈, 말과 말 사이에 남은 여백, 서로 모순되지만, 동일한 현실에서 발생하는 여러 개의 진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단면이다. 유상의 메시지가 너무 빨리 도착했을 때, 그는 속삭이고 싶어 한다. “아직 다 들여다보지 못한 면이 있다고”


갤러리는 경기를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경기가 무엇이었는지를 나중에 기억하게 만든다. 유상의 글도 그렇다. 그는 설명되지 않은 감정을 지우지 않는다. 그는 세월이 지난 뒤, “그때 우리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았다”라고 증언하는 사람이다.


유상은 오늘도 조용히 서서, 떨어진 감정들의 자국에 대해, 한 번도 던져본 적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하나하나 적고 있다. 미래의 후배들이 혼돈에 휩싸여 갈팡질팡할 때, 이 흔적이 조금은 덜 외롭게 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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