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자
최근 5년 사이 가르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여러 차례 겪고 있다
이 시대가 그렇게 바뀌어 가는 것인지, 내가 근무한 학교가 특수한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일어나는 일이다 갑작스레....
오늘은 올해 졸업한 학생의 부고를 접했다
삶과 죽음이 맞붙어 있음을 알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을 아이들이기에 죽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할 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왜 문학을 가르치는가
나는,
삶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계속되어야한다는 것을 문학을 통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작년 고전읽기 수업에 소설 대화하기에서 그 아인 조지오웰의 "1984"를 선택했었다
생각하는 힘을 잃은 채 빅브라더의 감시하에 모든 감정과 욕망이 거세된,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존재들에 대해
꽤 날카롭게 비판했던 녀석의 글을 기억한다
그래서 그 아인 자유가 박탈된 공간의 숨막힘을 참지 못했던 걸까.
그런데 "1984"에서도 인간을 깨우는 건
또다른 인간과의 연대였다
관심과 사랑이었다
왜 그 녀석은 손내밀지 않았을까
왜 그 녀석은 아프다고, 더이상 못참겠다고
소리치지 않았을까
왜 우린 그 아이의 슬픔을,
고통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교실문을 열고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십니까!!
정말 안녕했으면 좋겠다고,
삶은 그저 살아가는 그 과정 자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오늘 현대문학 수행평가로 시와 나의 이야기를 발표했다
작품속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화자는
그의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말들을 듣는다
왜 죽음이후에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일까
과연 그 평가는 정당한가
결국 삶은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인데....
그 학생의 발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래서 자신은 더 후회없이
현재의 삶에 더 충실하겠노라고
끝이 있는 유한한 삶이니
머뭇거리고 망설이지 않고
기회가 왔을 때 해보겠다는
호기를 드러냈다
그래!!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힘은 이것이다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하고 관찰하고 사랑을 쏟는 것!!!!
우리 아이들은 문학을 통해 '나'를 찾고
나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과 시를 읽고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