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자를 잃는 슬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자

by 시나브로 모모

최근 5년 사이 가르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여러 차례 겪고 있다

이 시대가 그렇게 바뀌어 가는 것인지, 내가 근무한 학교가 특수한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일어나는 일이다 갑작스레....

오늘은 올해 졸업한 학생의 부고를 접했다

삶과 죽음이 맞붙어 있음을 알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을 아이들이기에 죽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할 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왜 문학을 가르치는가

나는,

삶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계속되어야한다는 것을 문학을 통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작년 고전읽기 수업에 소설 대화하기에서 그 아인 조지오웰의 "1984"를 선택했었다

생각하는 힘을 잃은 채 빅브라더의 감시하에 모든 감정과 욕망이 거세된,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존재들에 대해

꽤 날카롭게 비판했던 녀석의 글을 기억한다


그래서 그 아인 자유가 박탈된 공간의 숨막힘을 참지 못했던 걸까.

그런데 "1984"에서도 인간을 깨우는 건

또다른 인간과의 연대였다

관심과 사랑이었다


왜 그 녀석은 손내밀지 않았을까

왜 그 녀석은 아프다고, 더이상 못참겠다고

소리치지 않았을까


왜 우린 그 아이의 슬픔을,

고통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교실문을 열고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십니까!!


정말 안녕했으면 좋겠다고,

삶은 그저 살아가는 그 과정 자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오늘 현대문학 수행평가로 시와 나의 이야기를 발표했다

작품속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화자는

그의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말들을 듣는다


왜 죽음이후에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일까

과연 그 평가는 정당한가


결국 삶은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인데....

그 학생의 발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래서 자신은 더 후회없이

현재의 삶에 더 충실하겠노라고

끝이 있는 유한한 삶이니

머뭇거리고 망설이지 않고

기회가 왔을 때 해보겠다는

호기를 드러냈다


그래!!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힘은 이것이다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하고 관찰하고 사랑을 쏟는 것!!!!


우리 아이들은 문학을 통해 '나'를 찾고

나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과 시를 읽고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자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편지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