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여행기(1)

도착 첫 날

by 문과형 이과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후덥지근한 공기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1시간 반정도 비행기 타고 도착한 곳은 후쿠오카다. 공항에 블로그에서 사전에 읽었던 하카타역으로 가는 방법이 길목에 붙어있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해 거기서 지하철을 타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오는 일본인만큼 풍경이 이국적이라고 생각 들지 않았다. 서울과 같은 경도에 위치하여 시차도 나지 않았고 겨우 5도 차이나는 위도로 인해 날씨도 비슷했다.

다른 거라고는 장마 기간이었다. 이제 장마가 시작된 서울과는 반대로 장마가 막 끝나고 도착하여 날씨가 화창했다. 그렇지만 건조했다.

MBTI J 치고는 굉장한 무계획으로 왔다. 오늘 계획이라고는 하카타역 내부에 있는 아뮤플라자 5층에 있는 디즈니 센터와 포켓몬 센터 구경이 다였다. 바빠서 계획을 짜지 않았다기보다 고의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지난 여행에서 무계획에서 얻은 기회들이 추억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번 오사카 여행을 갔을 때 오사카 성에 대해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도착했다가 입장시간이 지나 들어가지도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대신하여 갔던 시장에서 맛있는 타코야끼를 먹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떠나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였을까. 점심으로 먹은 이치란 라멘과 같이 마신 생맥주 한잔으로 어질어질했다. 생맥주가 달랐다. 오사카에서 먹은 아사히 생맥주는 청량하면서 시원하게 넘어갔다면 후쿠오카에서는 무슨 생맥주인지 조금 쌉쌀했다.

라멘은 국물을 진한 맛으로 선택했더니 짰다. 면은 단단하지만 적당히 익어 맛있었다. 라멘을 서빙하고 나에게 맛있게 먹으라며 90도 인사를 해주는 직원을 보며 친절의 나라 일본에 왔음을 알아차렸다. 매운 것을 좋아하기에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먹었다.

점심으로 먹은 이치란 라멘

계획했던 포켓몬 센터와 디즈니 센터는 생각했던 것보다 단출했고 구매욕을 이끄는 물건이 없었다. 어릴 적에 닌텐도로 하던 포켓몬 게임에서 본 캐릭터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심장이 뛰지 않았다. 이외에도 여러 뽑기 기계가 들어선 매장도 구경했다. 캐릭터 피규어나 미니어처들을 뽑기로 뽑을 수 있었다.

돌아다니다 2인용 책상에 아이, 성인 할 것 없이 앉아 보드게임 같은 것을 하고 있는 걸 보았다. 자세히 보니 포켓몬 카드 게임, 유희왕 카드 게임이었다. 애니메이션이 성행하는 일본 답게 이런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을뿐더러, 플라자라고 하면 쇼핑몰인데 넓은 공간에서 카드게임을 할 수 있게 장려하는 문화가 놀라웠다. 나의 어린 시절에 유희왕 카드 게임이 유행했지만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컴퓨터 게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와는 비교되었다. 생각을 해보니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에서 일본이 우승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없다. 디지털화를 장려하는 한국과 아직은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측면이 있는 일본의 문화적 계승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카타역과 그 주변에만 스타벅스가 세 군데 있었다. 집 근처 역에도 스타벅스가 세 군데 있지만 지도도 안 보고 돌아다니는데도 세 군데가 발견되자 왜 이렇게 많아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일본만의 카페를 가볼까 했지만 결국 스타벅스로 발을 향했다. 큰 뜻이 없는 상태로 애먼 카페를 찾아 떠나기보다 당장 당이 떨어진 상태였으므로 스타벅스에서 일본만의 메뉴를 골라 들고 다니며 걷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유효했다. 홍차와 우유를 넣은 라떼를 마셨는데 쌉싸름하니 홍차만의 향으로 시작하여 우유의 부드러운 넘어감으로 끝났다. 별로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완벽한 당충전이었다. 그렇게 음료를 들고 나카스 강가까지 향했고 목적지 없이 여기로 갈까 저기로 갈까 하며 한 바퀴 돌았다. 무계획이었지만 알찼고 실속은 없었지만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저녁 메뉴로 모츠나베를 선택했다. 곱창, 대창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대창 전골을 기대했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술을 마시지 않은 탓일까. 모츠나베 집에서 가징 맛있었던 메뉴로는 다 먹어갈 때즈음에 한 모금 들이킨 콜라였다. 모츠나베는 굉장히 기름진 미소된장국으로 일축할 수 있었다. 안에 있는 순두부와 양배추는 흐물흐물했지만 대창과 부추가 질겨 입에서 따로 놀았다. 대창의 기름으로 식도를 기름칠해 놓아도 안 씹히는 부추와 대창의 고기 부분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지 않았다. 꽉 막힌 기분에 결국 음식을 남기고 콜라를 나눠 마신 뒤 나왔다.

저녁으로 먹은 모츠나베

계산하고 생각을 해봤더니 예상한 가격보다 돈이 더 결제되었다. 다시 영수증을 펼쳐 자세히 읽어보니 자릿세 명목으로 오 천원 정도를 더 지불했다. 자릿세의 대가로 받은 거라곤 삶은 완두콩 여러 피였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직원이 고지했지만 일본어여서 알아듣지 못한 거겠지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럴 거면 완두콩 몇 개라도 집어먹고 올걸'라는 생각, 맛있게라도 먹었다면 이 돈이 아깝지 않았으리라.

점심에 먹은 라멘집에서는 자릿세를 따로 받지 않았다. 무엇이 자릿세를 불러일으켰을까. 내 추측으로는 모츠나베 집이 백화점에 위치해 있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따로 자릿세를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 자릿세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이미 유명한 일본의 문화였다. '오토시'라고도 불리는 이 문화는 간단한 안주류를 내어주고 돈을 받는 형태다. 유럽에서는 보통 바게트빵을 주는 것이 보편적이다. 바게트를 먹었다면 돈을 내지만 먹지 않았다면 돈을 내지 않는다. 반면에 오토시는 먹든 먹지 않든 돈을 받는다. 특히나 식당에 가면 반찬이 기본으로 나오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오토시는 더욱 어처구니없게 느껴진다. 몇몇 블로그에서 거절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식당마다 다르고 일본어라고는 숫자셈 정도가 전부인 나에게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배에 기름칠만 한 상태였기에 배를 채우고자 로피아로 향했다. 로피아는 일본 식료품점이다. 마치 우리나라 롯데 식품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식료품과 도시락을 팔았다. 로피아를 구경하러 호텔 체크인 하고 잠깐 낮에 들렀었다. 초밥 세트와 장어 덮밥, 안주용 꼬치 등 여러 완제품들도 팔고 있었다.

모츠나베를 먹고 로피아에 도착했을 땐 낮에 봐놓은 때깔 좋은 초밥들이 사라져 있었다. 마감 시간을 코앞에 두고 도착한 터라 이미 퇴근한 현지인들이 싹쓸이해 간 후였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편의점에 들렀으나 딱히 눈길을 끄는 먹거리가 없어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 8시, 아직 술집이 한창인 시간에 호텔로 들어왔다. 술이 들어가지 않는 날임을 라멘을 먹으며 알아챘고 오늘은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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