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사람(3)
나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내가 일을 해야만 하고 일은 완벽해야 한다.
맡은 일이 잘못되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MBTI J여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강박 수준이다.
그래서 팀 프로젝트를 하기보다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걸 좋아한다. 팀 프로젝트는 리더와 팀원으로 구성되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각자 역할을 부여받는다. 팀프로젝트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서로가 하는
일을 믿고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팀원을 믿지 못한다. 불안하다. 내가 모든 일을 알고 개입해야 마음이 놓인다. 배가 올바른 목적지에 다다르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리더가 되어야 했다. 사공의 말은 무시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
결과는 좋았다. 배워야 할 지식이 얕았고 실수를 하더라도 넘어갈 시간이 충분했다. 내 의견에 이렇다 할 반박을 하지 못할 순종적인 사람들을 팀원들로 끌어들여야 했다. 그들은 내 경력에 넘어왔고 강한 피력을 받아칠 수 없었다.
나의 완벽주의가 잘못됐음을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다른 친구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음에 내가 너무 피곤하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바꾸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완벽주의는 강박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다. 내가 관장하는 일은 완벽해야 했다.
남들은 신경도 안 쓰는 디테일까지 신경을 썼고 알아봐 주길 바랐다.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싶었다. 서점에 있는 모든 책의 내용을 흡수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모든 것이 깨지기 시작했다.
팀원을 믿어야 했다. 팀원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팀원을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더 이상 학교에서 보호해주지 않았다. 사회의 시간은 야박했다.
모든 지식은 섭렵할 수 없었다. 지식은 방대하고 끝이 없다.
주변의 모든 것이 변수가 되었다. 아무리 계획을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좌절했다.
나 홀로 고통에 싸매여갔고 힘들었다.
유럽여행을 갔을 때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을 이틀 관광할 계획을 세우고 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브뤼셀이 굉장히 좁았다. 하루면 80%는 다 볼 정도였다. 물론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지 않았다.
이틀을 볼 계획이었는데 하루 만에 끝나서 남는 하루가 문제였다. 어머니와 여행하다 보니 하루가 빈다는 것은 제대로 가이드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더 볼 만한 관광거리가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모르기에 대책이 없었다.
어머니는 인터넷을 뒤적이더니 룩셈부르크를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기차로 편도 2시간 반이 걸렸지만 달리 대책이 없었다.
다음날이 되었고 룩셈부르크를 관광했다. 물론 딱히 계획은 없었지만 룩셈부르크 자체가 작은 도시국가였기에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가 "그래도 덕분에 룩셈부르크도 구경했네"라고 했을 때, 나의 완벽주의는 완전히 무너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온갖 변수에 완벽주의는 서서히 금이 갔고 물이 스며들었다.
변수를 용인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완벽한 것임을 왜 몰랐을까.
온갖 위기에 노출되며 오히려 단단해져 감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나 혼자 스트레스받으며 괴로워할 필요가 없음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후회하지만 이제라도 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