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 <두고 온 여름>을 읽어 보았다.
<두고 온 여름>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집 아들 기하와, 그 집에 들어오게 된 재하의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면 재하는 객이 아니다. 일찍이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지내던 기하의 아버지가 재하의 어머니와 재혼하면서 한집살이를 시작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기하는 재하네 가족을 여전히 객처럼 대한다.
기하를 보며 ‘어른 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작품 속에서 기하가 재하를 처음 만난 것은 열아홉 살 무렵인데, 성인이라 하기엔 이르고 아이라 하기엔 늦은 그 나이가 기하의 내면의 자리를 나타내는 듯하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면서 아버지에게 불만 한 번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짐짓 어른스러운 척 살아왔을 기하. 재하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나치게 밝은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는 재하를 기하는 아니꼽게 여기지만, 그 밝음이란 사실 친부의 학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에 밴 방어기제였을 것이다.
〈두고 온 여름〉이라는 제목은 두 사람이 함께한 짧은 계절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하와 재하의 유년 시절, 혹은 재하의 어머니와 기하의 아버지가 젊었던 어느 여름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완전히 놓아주지 못한 시간들 말이다.
소설을 읽으며 여러 번 공감했다. 나는 편부모 가정이나 이혼 가정에서 자란 것은 아니지만, 내게 주어졌던 환경 속에서 어른 아이가 되어 어떻게든 살아보려 헤엄치던 나의 ‘두고 온 여름’들. 이제는 그 모든 날들을 용서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