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비판이 나를 지킨다고
뇌는 믿는다

by 글꽃쌤

잘못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자신을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황이 어떻든, 상대방의 잘못이 분명해 보여도, 결국 돌아오는 생각은 내가 뭔가 잘못한 거겠지,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겠지로 끝난다. 실수를 하면 한참을 자책하고, 오래전 일을 꺼내 다시 되새기고, 충분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자려고 누우면 또 그 장면이 떠오른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스스로를 너무 약하거나 부정적인 사람으로 여기는데, 사실 자기비판이 이토록 끈질긴 데는 뇌의 논리가 있다.


뇌는 자기비판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언뜻 들으면 이상하게 들린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어떻게 보호가 된다는 건지. 하지만 뇌의 관점에서 보면 꽤 일관된 논리가 있다. 어린 시절 실수를 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강한 비판이나 거절, 실망의 반응이 돌아왔던 경험이 반복된 사람의 경우, 뇌는 하나의 전략을 학습한다. 남이 나를 비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비판하면, 그 충격을 미리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날아올 비판을 예측하고 선점함으로써, 거절이나 수치심의 고통을 줄이려는 일종의 방어 기제다.


이것은 단순한 심리적 해석이 아니라 신경학적으로도 설명이 된다. 뇌의 보상 및 위협 처리 시스템은 예측 가능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예측할 수 없는 부정적 결과보다 예측 가능한 부정적 결과를 덜 위협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기비판은 이 원리를 자기 자신에게 적용한 것이다. 내가 먼저 나의 실패를 선언하면, 적어도 그 고통은 내가 통제한 것이 된다. 통제감은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보다 신경계에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자기비판과 수치심 처리에 관련된 신경 회로를 보면, 내측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과 편도체, 그리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가 함께 관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자기 관련 정보를 처리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활발하게 작동하는데, 자기비판적인 반추(rumination)가 쉬는 시간에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가 쉬는 동안에도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반복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와 폴 길버트(Paul Gilbert)의 연구들은 만성적 자기비판이 편도체 기반의 위협 반응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며, 이것이 불안과 우울의 신경생물학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작동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경계를 만성적인 위협 상태에 묶어둔다는 점이다. 자기비판이 반복될수록 뇌는 자기 자신을 위험 요소로 처리하기 시작한다. 자신에 대한 생각 자체가 위협 반응을 촉발하는 자극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그러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나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이 불편해진다. 자기비판의 목소리가 그 공간을 채우기 때문이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자기비판이 강한 사람들 중 많은 경우가 어린 시절 자신의 감정이나 실수에 대해 충분히 수용적인 반응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수했을 때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가 아니라 "왜 그랬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를 반복적으로 들었거나, 혹은 말로 듣지 않았더라도 표정이나 분위기로 그 메시지를 받아온 사람들이다. 그 목소리가 내면화되어 지금 자기 자신의 목소리가 된 것이다. 자기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오래전 누군가의 목소리를 지금도 대신 반복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을 안다고 해서 자기비판이 곧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신경 회로에 새겨진 패턴은 이해한다고 바로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비판이 올라올 때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과, 그것이 뇌의 오래된 보호 전략임을 알면서 바라보는 것 사이에는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그 목소리가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나를 지키려 했던 방식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그 목소리에 조금 다르게 응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자기비판의 목소리가 클수록, 그만큼 오랫동안 스스로를 지키느라 애써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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