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미래가 아니라 몸 안에 산다

by 글꽃쌤

불안한 사람들에게 왜 불안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말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잘못될 수도 있는 가능성, 준비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불안을 다루는 방법으로 흔히 제시되는 것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현실적으로 평가해보거나, 일어날 확률을 따져보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시도들. 그런데 이런 접근이 효과가 없었던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안이 생각이 아니라 몸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불안은 본질적으로 신체적 경험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얕아지고, 근육이 긴장하고, 위장이 조여들고, 손발이 차가워진다. 이 신체 반응들이 불안의 결과가 아니라 불안 그 자체의 구성 요소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감정은 몸에서 먼저 시작되는데, 불안은 그 중에서도 신체적 각성이 특히 두드러지는 감정이다. 뇌가 위협을 감지하면 자율신경계의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고, 이 활성화가 만들어내는 신체 상태가 불안이라는 감정 경험의 토대가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신체 반응이 실제 위협이 없을 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편도체는 과거와 현재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과거에 위협적이었던 상황과 유사한 자극이 들어오면 실제 위협이 없어도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그 결과 몸은 이미 불안 상태에 있는데, 뇌는 이 신체 상태의 원인을 현재에서 찾으려 한다. 몸이 불안하니까 불안할 이유를 생각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이 때로 불안이 특정한 이유 없이 만성적으로 유지되는 방식이다. 생각이 불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의 각성 상태가 불안한 생각을 불러오는 것일 수 있다.

불안 장애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 중 하나는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 내부 감각에 대한 민감도, 즉 내수용 감각(interoception)이 높다는 것이다. 심장 박동의 미세한 변화, 호흡의 작은 변화, 근육 긴장의 미묘한 증가를 더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것을 위협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섬엽(insula)은 이 내수용 감각을 처리하는 핵심 영역인데,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서 이 영역의 활성화 패턴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몸의 신호를 더 크게 읽고, 더 위협적으로 해석하는 신경학적 경향이 불안의 신체적 기반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불안을 다루는 것이 왜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한지가 이해된다. 불안이 몸 안에 있다면, 몸에 접근해야 한다. 호흡이 불안의 신체 상태를 바꾸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흡은 자율신경계에서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능이고, 느리고 깊은 호흡은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여 교감신경계의 각성 상태를 낮추는 데 실제로 효과가 있다. 생각으로 불안에 접근하기 전에, 먼저 몸의 각성 상태를 낮추는 것이 순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불안이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느껴질 때, 사실 그 불안은 지금 이 몸 안에 있다. 미래를 바꿀 수는 없어도, 지금 이 몸에는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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