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낯선 사람들 — 즐거움 회로가 닫히는 이유

by 글꽃쌤

기쁜 일이 생겼는데 기쁘지 않다. 오랫동안 원하던 것을 얻었는데 생각보다 아무 감흥이 없다.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어딘가 멍하고, 주변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느끼지 못하는가 싶다. 혹은 기쁨이 오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느껴지지 않고 유리 너머에 있는 것 같거나, 곧 사라질 것 같은 불안이 함께 와서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이것을 자신이 둔감하거나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자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즐거움을 처리하는 신경 회로와 관련이 있다.

쾌락이나 즐거움의 경험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도파민(dopamine) 시스템이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 호르몬으로 불리지만, 더 정확하게는 기대와 동기, 보상 예측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무언가 좋은 것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그 기대가 충족될 때 보상 회로가 활성화되면서 즐거움의 경험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회로가 만성적인 스트레스, 우울, 혹은 반복적인 외상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무쾌감증(anhedonia)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전에 즐거움을 주었던 것들에서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우울의 핵심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신경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도파민 시스템의 반응성이 낮아진 상태와 관련이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전전두엽의 도파민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고, 보상에 대한 뇌의 반응성을 전반적으로 낮출 수 있다. 좋은 일이 일어나도 뇌가 그것을 충분히 보상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기쁨의 경험은 희미해진다.

어린 시절의 경험도 즐거움 회로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기쁜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었던 환경, 즐거움이 안전하게 허용되었던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즐거움 회로가 건강하게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기뻐할 여유가 없었던 환경, 기쁨을 표현했을 때 좋지 않은 반응이 돌아왔던 경험, 혹은 좋은 것 다음에는 나쁜 것이 온다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학습한 경우, 기쁨 자체를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신경계가 학습할 수 있다. 기쁨이 오면 불안해지는 것, 좋은 일이 생기면 곧 나쁜 일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이 이 학습의 결과일 수 있다.

기쁨을 온전히 느끼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은 즐거운 일을 더 많이 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즐거움 회로가 닫혀 있을 때는 아무리 즐거운 일을 해도 그것이 즐겁게 처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신경계가 안전감을 회복하고, 좋은 것이 와도 괜찮다는 것을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은 즐거움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이 충분히 몸에서 느껴지도록 잠깐 머무는 연습이 신경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쁨이 낯선 것은 기쁠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쁨이 안전하다는 것을 아직 충분히 배우지 못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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