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오지 않아도 슬픈 사람이 있다

by 글꽃쌤

슬픔을 이야기할 때 눈물은 거의 자동으로 따라온다. 슬프면 우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슬픈 상황에서 울지 않는 사람은 무감각하거나 냉정하거나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데도 깊이 슬픈 사람들이 있다. 장례식장에서 울지 못해서 오히려 더 괴로운 사람이 있고, 헤어진 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하면서 몇 달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눈물이 슬픔의 유일한 언어가 아닌데, 우리는 눈물이 없으면 충분히 슬프지 않은 것이라고 너무 쉽게 판단한다.

눈물은 슬픔의 신체적 표현 중 하나이지만, 슬픔의 전부가 아니다. 눈물은 자율신경계, 특히 부교감신경계의 활성화와 연결되어 있다. 감정적으로 압도될 때 부교감신경계가 관여하면서 눈물샘이 자극되는 것인데, 이 반응은 개인차가 크다. 어떤 사람들은 작은 감동에도 눈물이 쉽게 나오고, 어떤 사람들은 매우 강렬한 슬픔에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 차이는 감정의 깊이와 관련이 없다. 자율신경계의 반응 패턴, 감정 표현에 대한 학습된 억제, 그리고 신경계의 전반적인 상태에 따라 눈물이 나오기도 하고 나오지 않기도 한다.

눈물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감정 표현, 특히 취약한 감정의 표현을 억제하도록 학습된 경우가 많다. 울면 안 돼, 남자가 울면 못쓴다, 그런 걸로 울면 어떡하니 같은 메시지가 반복되면, 아이는 눈물을 억제하는 것을 학습한다. 이것이 깊어지면 슬픔이 올라올 때 그것이 눈물로 표현되기 전에 차단되는 패턴이 형성된다. 슬프다는 감각은 있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 울고 싶은데 울 수가 없는 것이 이 차단의 결과다.

더 복잡한 경우는 슬픔 자체가 충분히 의식되지 않는 상태다. 감정이 너무 빠르게, 너무 자동적으로 차단되어서 슬프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경우다. 감정과 신체 감각의 연결이 약해진 상태인데, 이것이 오래 지속되면 슬픔이 다른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함,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 만성적인 피로,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몸이 무거운 느낌들이 처리되지 못한 슬픔의 신체적 표현일 수 있다.

눈물이 나오지 않아서 자신이 제대로 슬퍼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충분히 사랑했다면 더 울었어야 한다고, 눈물이 없는 것이 그 상실이 크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고. 그런데 눈물의 양과 슬픔의 깊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지 못하면서 몇 년을 그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한바탕 울고 나서 훌훌 털어내는 사람보다 덜 슬픈 것이 아니다.

슬픔은 눈물로만 오지 않는다. 밥맛이 없어지는 것으로 오기도 하고,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전혀 못 자는 것으로 오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으로 오기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너무 바쁘게 사는 것으로 오기도 한다. 몸이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은 눈물보다 훨씬 다양하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슬픔이 눈물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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