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유형은 운명이 아니라 학습이다

by 글꽃쌤

어떤 사람들은 관계에서 항상 불안하다. 상대방이 조금만 연락이 늦어도 뭔가 잘못된 것 같고, 관계가 잘 되고 있을 때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반대로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불편해진다. 친밀해지면 기대가 생기고 실망이 생기고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에 묶이는 것 같아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편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가까워지는 것이 두렵고, 떠나보내고 싶지 않으면서도 붙잡는 것이 무서운 혼란 속에 있다. 이 패턴들은 성격이 아니라 애착(attachment)의 학습된 방식이다.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주 양육자와 긴밀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도록 진화적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말한다. 태어난 직후부터 아이는 주 양육자와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을 만들어간다. 내가 필요할 때 누군가가 있어줄 것인가, 내가 감정을 표현했을 때 안전한 반응이 돌아올 것인가, 관계는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반복적인 경험이 애착 패턴을 형성한다.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의 낯선 상황 실험(Strange Situation)을 통해 확인된 애착 유형들은 이후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성인 관계에서도 유사한 패턴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관계에서 편안하게 친밀감을 나누고, 갈등이 생겨도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 불안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관계에서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상대방의 사소한 반응에도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회피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친밀감 자체를 불편하게 느끼고,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 안전하다는 패턴이 자리잡혀 있다. 혼란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안전의 원천이어야 할 관계가 동시에 위협의 원천이기도 했던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다.

신경생물학적으로 보면 애착 시스템은 옥시토신, 도파민, 코르티솔 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안정적인 애착 경험은 옥시토신 시스템을 건강하게 발달시키고, 위협 상황에서 코르티솔 반응이 빠르게 회복되는 신경계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반면 불안정한 애착 경험은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을 만성적으로 높은 각성 수준에 묶어두거나, 반대로 감정 처리 자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신경계를 조율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애착 유형이 어린 시절의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평생 고정된 운명은 아니다. 성인이 된 후의 관계 경험, 특히 안전하고 일관된 반응을 경험하는 관계가 반복되면 내적 작동 모델이 수정될 수 있다. 신경가소성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새로운 신경 회로의 형성이다. 빠르지 않고 쉽지 않지만, 안전한 관계 경험이 쌓일수록 관계에 대한 뇌의 예측이 조금씩 달라진다.


지금 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면, 그것이 지금 이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래전에 학습된 관계 방식의 반영일 수 있다. 그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이 바꿀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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