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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시작

환호의 등장과 무덤의 변화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4단계 BK21

동아시아 SAP 융합 인재 양성 사업팀

박대영 (석사과정, 참여대학원생) 



  인류는 청동기시대가 되면 수렵·채집 중심의 이동생활에서 벗어나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농사 중심의 정주생활을 시작합니다. 공동체는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토지를 찾아 나섰고, 농사를 통해 잉여생산물을 만들어냈습니다. 풍부한 식량 자원은 개개인의 영양 공급과 함께 인구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늘어난 인구가 공동체의 유지 범위를 넘어 버렸고, 일부 구성원은 집단에서 나와야만 했습니다. 나온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그곳에 전과 같은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반복되면서 각지에 마을이 형성됩니다. 


  이처럼 농사는 인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분쟁이라는 이름의 씨앗도 숨어있었습니다. 알다시피 농사는 특정한 조건이 갖춰진 후에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많은 양의 농업용수, 비옥한 토양, 적절한 온도 등이 그것입니다. 이와 같은 조건을 갖춘 토지는 한정적입니다. 또한, 어떤 시점에 이르면 토지에서 만들어내는 식량 생산량이 인구 식사량을 따라잡지 못하게 됩니다. 즉 굶는 집단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굶주림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했을까요? 혹은 취해야만 했을까요?



  앞서 말했듯 토지는 한정적이며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합니다. 개척할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해결할 방법은 2가지입니다. 식량을 확보하거나 토지를 얻어야 합니다. 즉 다른 집단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던 마을이 습격당하자 식량이 풍족한 집단은 타개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것이 환호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건축물이자 집단의 생명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벽이었습니다. 


울산 검단리 유적 전경 (부산대학교박물관, 1990)


  환호의 등장은 집단의 싸움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계기가 됩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소수의 인원으로는 제작할 수 없으며, 새워진 후에는 침입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환호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집단끼리 연합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관리 및 지휘할 수 있는 지도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집단의 운명이 걸려있었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지휘체계가 갖춰진 집단은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집단의 크기를 점차 키웠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의 권력 상승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 무덤에서 큰 변화가 보입니다. 공동체의 힘을 상징하는 지석묘에서 개인의 권력을 보여주는 목관묘로 바뀐 것입니다. 


창원 다호리 유적 전경(필자 촬영)과 1호 목관묘(국립중앙박물관, 2012)

  목관묘의 군집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영남지역의 경우 한경, 칠기 등의 고부가가치의 제품이 피장자와 함께 부장됩니다. 이중 처음 출현하는 철제무기는 한 단계 높은 사회와 분쟁의 수준을 잘 보여줍니다. 이후의 무덤인 목곽묘 단계가 되면 개인 무장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양의 무기가 부장되기도 합니다. 이는 무력을 가진 집단이 점차 체제를 갖추면서 일정한 조직을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보듯 무력기반은 정치체의 발전과 고대국가 형성에 큰 역할을 합니다. 고고자료가 이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고고자료 속에는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환호와 무덤을 통해 본 분쟁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내용을 다루기에는 짧은 글이었지만, 고대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참고문헌 

佐原 真, 1993, 「戦争はいつはじまったか」, 『考古学の散歩道』 新赤版 312

송계현, 2001, 「전쟁의 유형과 사회의 변화」, 『제5회 부산복천박물관 학술발표대회』, 복천박물관

橋口達也, 2007, 「弥生時代の戦い」, 『弥生文化論』

이희준, 2011, 「한반도 남부 청동기~원삼국시대 수장의 권력 기반과 

그 변천」, 『영남고고학』 58, 영남고고학회

복천박물관, 2019, 『변한, 그 시대의 부산을 담다』

松木武彦, 천선행 역, 2021,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 생각과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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