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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가 '구멍(竪穴)을 보는 방법

조선민

  여러분들은 이 구멍이 무엇으로 보이나요? 또는 이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고고학에서 이 구멍은 수혈 竪穴 이라고 불립니다. 말 그대로 땅 표면에서 아래로 파 내려간 구멍을 말합니다. 고고학자는 이 수혈을 입대목제의 立大木祭儀 에 사용했던 나무 기둥인 입대목을 세웠던 구멍이라 추정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를 살펴볼까요?


  고고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하여 유추하고 추론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고고학자들은 발굴을 통하여 고대인들이 남긴 흔적을 찾아내고 그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당시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유추해냅니다.


가령 이 두 수혈은 (1) 김해 율하리 B-14호 수혈 (2) 진안 여의곡 1호 수혈 입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른 수혈들과 조금 다른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그 근거로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1. 일반적인 수혈은 1단으로만 굴착되는 반면 두 수혈은 2단 굴착이 이루어졌습니다.


2. 크고 작은 돌들은 수혈 중앙에 세워지는 기둥 大木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3. 보통의 수혈에 비하여 깊이가 깊고 견고하게 묻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4. 율하리 수혈은 주거 住居와 매장 埋葬 영역 사이에, 여의곡 수혈은 생산 生産 과 매장 埋葬 영역 사이의 공터에 위치하고 있어 농경신이나 조상신과의 관련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여의곡 수혈의 경우, 토기편과 석기편이 출토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객관적인 현상과 자료를 통하여 고고학자들은 수혈의 용도와 의미를 유추해냅니다. 여러분들도 박물관에서 유물을 관람할 때, 혹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치는 것들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고고학자처럼 생각하고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어떨까요?


[참고문헌]

- 이종철, 2015, 「청동기시대 立大木 祭儀에 대한 고고학적 접근」, 『韓國考古學報』96.

- 이종철, 2018, 「立大木·솟대 祭儀의 등장과 전개에 대한 試論」, 『韓國考古學報』106.

-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2009, 『金海栗下里遺蹟II』, 김해 율하 택지개발사업지구 내 I지구 발굴조사.

- 金承玉·李宗哲, 2001, 『如意谷遺蹟』, 鎭安 龍潭댐 水沒地區內 文化遺蹟 發掘調査 報告書VIII,  全北大學校博物館.


※ 이 글은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전공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는 대중고고학연구회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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