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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 벽화로 본 고구려의 전차, 중장기병

신원철

  고구려 무기체계를 전공하면서 중장기병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장기병이란 사람 말이 몸 대부분을 갑옷으로 무장하는 기사를 말합니다. 당시 중장기병은 적을 향해 직접 돌진하기에 현대의 전차와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중장기병이 벽화고분에서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안악 3호분 행렬도

  우선, 행렬도로 가장 유명한 안악3호분입니다. 행렬도를 보면 무기를 든 다양한 병사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중 기병들은 무덤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좌우 맨 가장자리 대열에 4명씩 배치되어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장기병의 초기 모습은 묘주를 지키는 호위무사의 성격을 지닌 소규모의 군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약수리 고분 벽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장기병의 배치가 변하게 됩니다. 약수리 벽화고분의 행렬도에서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안악3호분과의 차이를 보면, 묘주를 중심으로 좌우로 배치되어있지 않고 기마병 23명이 갑옷으로 무장한 채 뒤에 모인 상태로 배치되어있습니다. 이는 중장기병이 호위적 성격을 벗어나 독립적인 부대로 변했다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중장기병의 전투 모습이 고분 벽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요?


▲ 삼실총과 통구 12호분

  먼저 통구 12호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왼쪽 벽 중간에 1명의 기병이 있습니다. 그는 손에 창을 들고 머리에 투구를 썼으며, 몸에는 물고기 비늘과 같은 갑옷(찰갑)을 입었는데 얼굴은 오른쪽으로 향하고 말을 타고 질주하며 곧 전투에 임하는 태도처럼 보입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무기는 창입니다. 특히 창날 부분은 자루 부분이랑 전혀 구별되어 있지 않고 송곳과 같이 뾰족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중장기병의 무기는 기마병 바로 뒤의 전투에서 보입니다. 전투 장면은 싸움에서 이긴 무사가 예리하게 표현된 중간크기의 칼(刀)을 들고 무릎을 꿇고 있는 무사를 칼로 내리치려는 장면이다. 여기서 고리 관이 있는 큰 칼(환두대도)이 중장기병의 또 다른 무기입니다. 그러나 환두대도는 주요 무기가 아닌 보조 무기이므로, 활용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전투 장면은 삼실총에서 보입니다. 성 밖 동쪽에 두 명의 기마병이 성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앞선 기마병은 뒤에 있는 기마병에게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앞선 기마병은 오른쪽에 긴 창을 쥐고 상체를 말목 가까이 앞으로 구부리고 뒤돌아보면서 말을 달리고 있습니다. 뒤쫓는 듯한 기마병은 두 손으로 창을 꼭 쥐고서 앞선 기마병을 찌르려고 상반신을 구부리고 말을 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에서 중장기병이 어떻게 싸우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도 중장기병의 주요 무기는 창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벽화를 통해 고구려의 중장기병이 어떤 모습을 하였고 어떻게 전투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창이라는 공격무기와 갑옷(찰갑)이라는 방어무기를 갖추고 엄청난 기동력으로 적에게 돌진하는 모습이 현대의 전차와 같은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로써 고구려는 삼국시대 중 군사적 강국이라 불린 배경은 중장기병이라는 전술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 이 글은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전공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는 대중고고학연구회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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