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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받는 세례

by 은월 김혜숙

무슨 일 일까?

자목련 꽃이 또 피다니

음식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서

죄스러움이 몰려왔다

작년 그러께는 돌아가셨던

19층 어르신의 폐휴지 박스상자

싣고 가는 손수레에 자목련 꽃이

한창 핀 것 같은데

칼 놀림 잘못한 자결한 무사처럼

헛 망치질에 스스로 가시고 어르신의 한이

아파트 정원 옆에 날선 핏빛처럼 자목련이

오늘 선연하게 불쑥 고개 내민다

시장 한 바퀴 힘겹게 밀고 가던

손수레에 폐품을 잔뜩 싣고

가는 느린 걸음 가볍지 않는 허리 앞에

생각나면 19층에 괜히

부끄럼처럼 던져두던 온갖

집안에 쓰레기를 내팽개치고 왔음에도 괜히 그날은

허영으로 가득 찼던 그 붉은 목련의 부끄러움이

이른 봄에도 피우더니

오늘 무슨 일인지 그 허영이

내 앞에 교리 공부시키고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세례를 다시 한다




#은월 1시집

#어쩌자고 꽃-20p

#도서출판 -움( 02-977-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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