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견뎌내는 길

by 은월 김혜숙

갈 길이 바쁜 시간은
멀리 두니 저만치 앞서가고
계절은 점점 경계선을
벗어나려고 애쓰고
잠재된 구석진 곳에선
무언가 슬금슬금 벗기 시작한다
.
온통 벗고 나면 알몸이었다가
오들오들 떨며 살결에 돋는
얼음 자국에 엉엉 울다
지쳐서 깊이 잠들고 깨어나더니
또 다른 어딘가에 닿다가
.
앙칼지게 붙잡고 두 손 모아
신께 숨구멍 하나하나 점지
받고 겹겹의 살갗에 도포된
절대적인 생의 각질

그 인내의 길을 참아내며
그 절정을 보려면 다 잊을 수 있듯
그 광활한 공간을 채워가는
그 온화한 햇살 속에 뽀올 속 내밀
씨알의 생 그 짠함을 생각한다
.
[ 견뎌내는 길 ] ㅡ은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과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