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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詩

by 은월 김혜숙




종일토록 이것저것 챙기고

종잇장처럼 떼어다 붙였다




삶의 전쟁 속에 입으로 던지고

손으로 쥐어짜고 눈으로 콕콕 찍고

누군가의 심장을 탈탈 털어가며

몸에 맞지 않는 역기를 들었다 놨다


.


과욕을 부리기도 더러는 땅바닥을 기면서

당신에게 이렇게 빌기도 잘합니다


.


네네! 네에~


.


무조건 통과시켜 주세요 하는 하루

뒤돌아 집으로 오는 길은 두려움이

가득 밤새 죽음에서 천당을 오르내리며

간절한 마음을 한 구석에 구멍을 파고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하는 그 일


.

그 일 순간에도

너절한 수많은 인간들

마음을 들랑거리다가도

집으로 들어와

오로지 詩 그놈 하나 잡겠다고

온 힘을 다 빼고 다 벗어던지고 나면

詩란 너란 놈이 그 험하다는

구름다리에서 내려주고 신발을

벗겨주고 천지지간의 세상을

시시詩施를 하면서도


.


네가 본 그대로를 詩하라

너란 詩

.


하루도

블랙홀 떠도는 탕아

일과 詩 블랙홀에 풍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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