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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by 은월 김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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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고향집은

식솔들이 우르르 바리바리

손에 들고 오는 물건보다

반가운 얼굴 한번 보는 날

.

현관 댓돌에 아무렇게나

너부러진 신발 중 하나

마당에 개가 물고 숨겨버린 가난

.

돈 못 버는 아들의 케케묵은

구두 한 짝 볏단에 숨어진

거름 향기에 섞인 그 냄새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어머니는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

추위에 밤새 별이 쏟아지듯

고향집 다복한 부유란

그렇게 가난한 집 둘레를

감싸고 웃음이 쌀을 씻고

.

휘영청 밝은 둥근달은 흔들리는

굴뚝을 끌어안고 차가운 방구들을

데운 어머니는 사랑 하나 더듬고

사랑하나 토닥이다 새벽닭이 울자

슬렁 술렁대는 새떼를 맞이했다가

훨씬 날아가듯 뜰이 한둘 훵 비워낸다

.

모두 쏙쏙 빼가고 해는 중천에

들 때쯤 아랫목에 벽장을 보고

누워있는 텅 빈 고향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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