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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생이 넘어간다

by 은월 김혜숙

기어이 오고 만 것입니다

시원한 바람 청하한 하늘 높이고

잔잔히 무르익은 들을 데리고 선득선득 온 것이다

.

그를 모시고 잔을 부딪고 그간의 뜨겁고

끈적하고 짭조름한 싸움 끝에 피폐해졌으나

힘겨운 싸움 끝에 인내한 시간

.

잡초처럼 불굴의 뻔뻔함으로 그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서고 보니 풍성한 결실 앞에 두고

휘휘 돌아보게 된다

.

싸움에 진 것은 진 것이고

스스로 우뚝 선 것은 뿌듯하다

그것이 삶이고 진념이고 사람의 삶도 같다

.

넓은 들에서 얻고 좁은 길에서 배우고

높은 산 앞에 엎드리고 텃밭에서 깨우친 것

아침엔 정원 잡초 뽑으며 저녁에 숯불 굽고

잔을 들며 또 살아가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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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생이 넘어간다]-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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