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by 은월 김혜숙

긴 겨울밤이 삭아진다

언 발에 씨를 심어

봄에 싹트기를 기다리는

어리석음처럼 멍청하게

기다리다 참아내는

숨 박동 소리

.

어둠이 어둠을 삼키는 곳에

숨어 지켜보듯 심장이

두 동강 난 체 처참하게

입술을 깨물고 살아온 것이

비릿하여 울음을 틀어막고

외로워진 달빛

밖은 살 에이게 찬데

.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고드름에 박힌 그림자 지는

토방 밑엔 누군가 벗어던진

신발처럼 덩그런 마음 한자리

생은 저렇도록 붉은데

동백은 달빛에 더, 더 붉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꽃샘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