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바닷가 모래사장에선
누구도 간섭지 않은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며 부셔도 좋고
쌓아도 좋은 모래 놀이였다면
걸음 어정쩡한 지금
모래 밭길 걷는 것보다
내리쬐는 정열의 바다
파도 놀이 철없는 사랑을
꿈꾸는 것보다
위태롭게 수평선으로 지나는
지친 삶을 빨간 등대 왼편에서
잠시 쉬게 하는 그런 것
하얀 등대의 오른편에서
맛난 요리를 하며 따끈한 안주와
파도에 섞인 거품으로
건배를 권하는 선착장
오롯이 무거운 삶을 내려놓고
퍼질러 앉아 갈매기와 한두 잔
나누는 그런 여름
잠시라도 허세 부리는
마음에 쏙 드는 등대
하나 갖는다면 좋겠다
*부산 기장 연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