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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발걸음

by 은월 김혜숙





달팽이를 본다

배춧잎에 슬슬 기어가는

산목숨 저렇게 우린 살아왔으리

비라도 한 줄 내리면

재촉이며 걷는 발소리 날숨

점점 심장 박동 소리와 같이

가슴팍으로 달려드는 들숨

저녁노을에 황혼 빛이

곱게 물드는 저들도

하늘 위를 걸어서 저기까지

다 닿을 때 얼마나 총총대고

갔으리

그러나

달팽이 배춧잎을 갉아먹고

숨어있다 우연히 내게 와버린

무수히 많은 발자국

삶이 기어가든 뛰어가든

누워 자던 덧없이 내려가던

그저 살아가는 발걸음은

종착에 이르러 내 쉴 곳을

찾게 되는 것은 끝내 배추 잎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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