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를 본다
배춧잎에 슬슬 기어가는
산목숨 저렇게 우린 살아왔으리
비라도 한 줄 내리면
재촉이며 걷는 발소리 날숨
점점 심장 박동 소리와 같이
가슴팍으로 달려드는 들숨
저녁노을에 황혼 빛이
곱게 물드는 저들도
하늘 위를 걸어서 저기까지
다 닿을 때 얼마나 총총대고
갔으리
그러나
달팽이 배춧잎을 갉아먹고
숨어있다 우연히 내게 와버린
무수히 많은 발자국
삶이 기어가든 뛰어가든
누워 자던 덧없이 내려가던
그저 살아가는 발걸음은
종착에 이르러 내 쉴 곳을
찾게 되는 것은 끝내 배추 잎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