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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by 은월 김혜숙

저만치 그의 끓는 노을

목젖까지 밀쳐온다



문뜩 호박꽃 벌이 껴드는

앞마당을 나르듯 노을은

꽃가루 뿌리는 선셋



순한 꽃잎에 알량하게

바닥부터 치며 오는

소식 없던 기별이

어금니 깨무는 창공 속을

휘젖고 노닌다



보드란 모래 발가락 사이로

사랑이 천천히 찾아와

안아 주는 이국의 저녁

보르네오 마을이 나와 같이

타오른 해변의 선셋


[황혼-코타키나발루에서]-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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