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 시인 김혜숙 서재
나무는 묻는다
푸르고 푸른 행복한 그날
당신은 무엇으로 만족했는지
꽃은 묻는다
붉고 붉은 황홀한 그날
당신은 무엇으로 만족했는지
새는 묻는다
높고 높은 희열 가득한 그날
당신은 무엇으로 만족했는지
물은 묻는다
깊고 깊은 고요한 그날
당신은 무엇으로 만족했는지
나는 가지 끝에 부는 바람 앞에
묻고 묻고 또 묻는 바람개비 겨울 빙 속
내면을 휘어잡는 세상의 눈과 귀를 알지 못한다
면과 면 사이 활자와 활자사이가 점점 흐려지고
한 장씩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시리다
속절없이 또 한 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