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다
긴 여정을 따라 돌아 돌아
간월 암에 닿는 포말의 끝
땅도 아니요
바다도 아닌 길
그 길에 발을 딛고
작은 암자 위로 무거운 몸을
놓고 한 시름 풀어
인자가 꿈꾸는 석양빛에
얼굴 파묻고 정열에 휘감는 바다
갯내음 삭혀 석화 속살이 입안에
퍼져가는 이 달달함 같은
문학을 떠메고 둥둥 떠서
노를 젓듯 일렁이는 심신
파도 한 점 없는 간월암* 속으로
숨어드는 작디작은 마음 한 켠
절 마당에 달빛으로
찾아 나선 길은
은빛 줄기 타고 내려
외로운 갈매기 한 마리도
기왓장 위에 잠시 마음 쉬었을-
이별하고 재회하는
저 섬에서 한 달만 산다면-
가끔은 한 번쯤 해 봐도 좋지 않을까
존재해서 등 돌리든지 등 맞대든 지
*간월암 : 충청도 서산시 부석면 강월도리에 위치한 암자이다
조선초 무학대사가 창건 하였다
은월 2시집
끝내 붉음에 젖다 -59p
도서출판 문장 (02-929-9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