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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개

by 은월 김혜숙


양평 농장에 꽃이 아픔을

겪고 나니 보상을 가져 주듯

줄줄이 그 자식들을 생산하고 있다


푸른 엉덩이를 보이며 몽고반점

온통 몸에 두른 자두, 매실도 그렇고


그 건너 복분자를 닮았다고

고집부리는 뽕잎 이파리 사이로

붉은 주머니 주렁주렁 달고 있는 오도개*

내 어릴 때 할머니 젖무덤에서

맡았던 그 향기가 코 밑을

건드리고 훌쩍거리더니

눈앞에 더듬더듬 어린 날이 찾아든다


내가 오도개를 입 주변

까맣게 될 때까지 먹고 난

그날 밤은 할머니와 함께

잠결에 일어나 뽕밭에서

봄날이 가기 전 비밀을 만들곤 했다


양평의 밤 달빛이 휘영청하고

개구리 한참 울고 창밖에 뽕나무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대면

달빛 줄기 타고 뽕나무 밑에 앉아본다



*오도개 - '오디'의 전라남도 방언


은월 2시집
끝내 붉음에 젖다-18p
도서출판 문장( 02-929-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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