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에 오르니 치욕을 씻는
왕의 피 맺힌 무릎이 보이 듯
내 무릎 쿡쿡 찔러대는 그 한 풀길 없네
오른 곳 남한산성 선인이 지킨 땅
지금 서 있는 자리 역사는 숨죽인다
산성에서 내려다본 멀리 잠실 벌
내 손안에 쥐고 흔들어본다
그 누가 욕심부려 범하지 않으리
기어올라 우뚝 서서
죽고 사는 일이 오욕을 참는 일
삼전도의 굴욕
이 땅의 삶은 피눈물 끝에 이뤄낸 내성
산성에서 터질 듯 배운 것
나무그늘 아래서 마음은 부유할세라
더없이 부족함 없는 행복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난 후,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던 인조는1637년 청나라의 군대가 머물고 있는 지금의 잠실 한강의 삼전도 나루터에서 청나라 태종에게 굴욕적인 항복을 하게 되었습니다. 항복 의식으로 인조는 청나라 태종 앞에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땅에 조아리기를 반복하는 ‘삼배구고두’를 하며
남한 산성을 무릎으로 올랐다 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