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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by 은월 김혜숙

어느 날 우연인 듯 필연적인 시간들


커피 솝에 앉아 광장을 내다보니


갑자기 들이닥치며 새삼스럽기까지


그 젊은 청초함은 짧고


길고 지루한 늙음은


조잡함이 되어 기억을 더듬고


한없이 커피 내리는 조용한


실내 안 어떤 공空 시간


.


그때


성냥 쌓기와 슬픈 엘피판은


빙빙 돌고 탁자에 놓인


커피는 뜨겁거나 차가워 버려질 냉정


광화문 사거리 국제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당주동 거리를 걸었지


.


그리고 지금 광화문 광장에 다시 서니


미어터질 듯 수 억만년 멀리 돌아서


바로 앞에 주름진 회상만 늘고


광장의 아스팔트 발바닥이 뜨겁기만 하다


.


.


[ 광화문에서 ]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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