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봄은 선인들의 봄 타령
봇물 터져 이미 각인되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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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쓰여 지어질 봄 타령은
이미 낡은 것이 되어 헛웃음 쳐도
그래도 봄은 하나가 아니오
수천 번도 더 왔다 가는 것 낡으면
어떻고 새롭게 닦아내어 다독다독
이겨내고 조물조물하였다가
내 봄으로 품다 보면 내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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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도 가고 여름,
어찌 이도마다 할 참일까
짙고 짙은 향과 색을 맡다 보면
이도 금세 갈 것이고 푸른 덩치
그늘막에 벌레 소리뿐도 아닌
인간의 피 맛 좀 보자 덤빌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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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면 각가지색 들과 산에
명화 펼쳐놓고 끝내 불 질러
인간의 혼 다 빼가며 가을이란
외로움 뜻도 없다 하다 보면
달빛 푸른 하늘 펼쳐 쓸쓸해져
절규하고 목이 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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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방구들 속 몸을 묻고
장작불에 몸을 풀듯 겨울나면
그동안에 읊었던 것들 다
선인이라 한들 똑같잖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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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인생살이 다 나 좋자고
사는 생 낡아도 좋고 세월 겹겹
때 찌들어 못 푸는 생각사
굳어서 못 풀고 나니
굵게 짧게 함축이 안되고 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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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나대로 가얄 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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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갈길 가네]- 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