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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살자

by 은월 김혜숙

수년 동안 제 곳을 찾아간 적 없는

집착을 널브려 놓고 골라내기로 했다


내 몸에서 벗어낸 묵은 것을 다 꺼내

방바닥에 두고 주섬주섬 고르다 보니

옷마다 사연이 가득 기억을 살려내자마자

미련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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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사이 세상 덤에 덤을 쌓아 몸에 두르고

또 욕심부린 미련 덩이와 함께 아파트 재활용 수거 박스에다

옷장 한 곳 분량을 비워서 내다 버렸다


뭐가 중한지 알겠다

법정의 말씀이 옳다




[비우고 살자]-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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